보험사 판매채널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심화로 법인보험대리점(GA)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판매자가 인센티브에 영향받지 않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11일 보험연구원은 모집시장의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향후 보험회사의 대응전략 및 보험상품 판매책임법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보험산업 판매채널 혁신을 위한 과제' 세미나를 전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상품 판매책임법제 현황 및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보험시장에서 제판분리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 보험계약자에 대한 판매책임을 정비해 갈 것을 제안했다.
2022년 기준 GA 채널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의 경우 41.3%, 장기손해보험에서는 53.6%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보험 설계사 총 60만6252명 가운데 GA 소속 설계사는 26만3321명으로 전체의 4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 교수는 "GA 채널을 중심으로 모집 시장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설계사가 500명 이상 소속된 대형 GA가 전체 GA 소속 설계사의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대형 GA가 국내 보험 판매를 주도하고 시장 판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회사형 GA 설립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제판분리가 심화하는 경향을 보여 판매책임 법제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보험산업의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상품 판매 채널에서 압박 영업과 고수수료 위주의 모집 관행이 지속적인 문제로 발생함에 따라 판매조직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대면 채널의 경우 특히 불완전판매에 대해 보험사가 주된 책임을 지고, 책임 형태도 보험사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은 당사자 모두가 주의를 다 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며 "현행 금융소비자법의 판매 책임 규정도 이런 면에서는 개선이 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매회사 독립성이 강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불완전판매에 대해 보험대리점이 1차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보험회사 중심의 모집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상품판매자에 대한 정보 공시를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상품판매자의 특징과 문제를 금융소비자가 평가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 채널 다양성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국내 보험모집시장을 평가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모집시장에 채널 다양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으나, 대면 채널 중심 시장구조가 형성됨에 따라 판매자 과열 영입 경쟁이나 수수료 중심 영업전략 등으로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디지털 전환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면 채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인으로 미래 준비형 경영 전환에 따른 성과 불확실성, 단기 실적에 대한 압박 등을 꼽았다. 대면 채널 중심 보험 모집시장에서 성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판매 인력과 모집수수료 과열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 같은 영업전략이 보유 계약 관리를 소홀하게 해 산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모집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모집수수료를 매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제도개선과 함께 제판분리 환경에 적합한 보험상품 판매책임법제에 대한 평가와 검토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모집시장의 영업 관행 개선과 함께 보험사는 각 판매 채널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모집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 만족도와 편의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