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통 국감’ 구태 반복하면 국민 다 돌아설 것

입력 2024-10-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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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7일 막을 올린다. 제22대 국회 첫 국감 시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만찬에서 “국익 우선의 민생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관계없이 ‘민생 국감’을 바라는 마음은 대동소이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이 입법 기능에 더해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 권한까지 준 것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의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87 헌정 체제는 그런 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4공 이후 사라졌던 국감 권한을 되살렸다.

87 체제의 국감이 그간 실망만 안겼다고 한다면 편협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저질·비생산 행태에 질려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21대에 유난스러웠던 ‘호통 국감’, ‘병풍 세우기 국감’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22대 첫 국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산업 존망을 가를 국제 경쟁에 대응하느라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경영인들을 국감장에 대거 불러들이는 것부터 판박이다. 역대 최대인 161명의 출석 명단을 확정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KT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 과정을 재검증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중저가 단말기 유통과 관련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도 호출됐다. 국회가 얼마나 센 권력체인지 맛을 보여준다는 것인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기술 유출 사안을 다루면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원회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불렀다.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과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도 각각 증인대에 세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줄줄이 불려간다.

아이돌도 소환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걸그룹 뉴진스 따돌림 논란과 관련해 멤버 하니(참고인)와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증인)를 불렀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아이돌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일반 대중의 눈길을 끌겠다는 꼼수 아닌가.

국정감사NGO모니터링단에 따르면 지난해 피감기관장 791명 가운데 164명은 단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10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한두 마디 발언만 하고 마이크를 놓은 기업인도 여럿이다. 이번 국감은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김건희 여사 의혹을 두고 전운이 짙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애꿎게 불려 나간 기업인이나 아이돌, 기관장이 정치판 진흙탕 싸움이나 구경할 공산도 없지 않다. 한심하고 답답하다. 민생 국회는 간데없이 저질 구태만 되풀이하면 국민이 다 등을 돌린다는 걱정만이라도 마음 한쪽에 무겁게 담아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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