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이임재 前 용산경찰서장 ‘금고 3년’

입력 2024-09-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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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험 예견할 수 있었다”…참사 2년 만에 첫 과실 인정

송병주 前 용산서 112상황실장엔 ‘금고 2년’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과실인정 어려워”
이 전 서장 보석 취소는 안 해…“방어권 보호”

‘10‧29 이태원 참사’ 전후 부실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54)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 법원으로부터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참사 희생자 2주기를 약 한 달 앞두고 나온 판결로, 참사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휘한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지난해 1월 이들을 기소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반면 박희영(63) 용산구청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 박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022년 11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022년 11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심 “이태원 참사는 인재”…경찰책임자 업무상과실 첫 인정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전 서장을 포함한 용산경찰서 관계자 5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는데,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언론 보도와 경찰의 정보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전 서장의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 전 서장은 구속기소 후 약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6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안전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국회 청문회에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로도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서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과 달리 이 전 서장은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재판 과정 내내 고수했지만, 법원은 이 같은 피고인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무려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대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최대 인명사고”라며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정현우(54) 전 여성청소년과장과 최모 전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조현호 기자 hyunho@)
▲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조현호 기자 hyunho@)

용산구청 관계자 전원 무죄…유족 반발

아울러 오후 3시 30분부터 이어진 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구청장,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 4명에게는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 등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사상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았고 특히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 역시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전대비 대책 마련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구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해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년이라는 세월 동안 길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책임을 가진 자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계속 지적하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런데도 오늘의 재판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은 박 구청장의 차량 앞에 누웠다가 경찰에 끌려 나가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족이나 희생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서장은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 “(유족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한 뒤 법정을 떠났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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