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기기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로 만에 하나를 대비한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성환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AI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수가 제도를 마련하는 등 현장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병원이 AI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이유는 정확한 진단,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등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올해 4월 뷰노가 개발한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를 도입했다. 2021년 허가된 딥카스는 올해 9월 기준 전국 100여 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딥카스는 일반 병동에서 필수적으로 측정해 전자의무기록(EMR)에 입력하는 4가지 활력징후(혈압·맥박·호흡·체온)를 기반으로 24시간 내 발생할 수 있는 심정지를 진단한다.
분당제생병원이 딥카스를 도입한 이유는 안전성과 사용의 편리성 때문이다. 변 교수는 “환자의 안전성과 관련해 환자가 입원했을 때 여러 활력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지만, 현장에서는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그때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보완 장치로 도입했다. 또 소프트웨어다 보니 별도의 추가 장비 없이 서버 증설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딥카스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쓰인다. 서버에 환자의 활력징후를 입력하면 딥카스가 이를 분석해 심정지를 예측한다.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일정 점수를 넘으면 알림으로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변 교수는 “환자가 입원하면 의료진이 매일 환자의 활력징후를 체크한다. 활력징후에 변화가 생기면 환자의 건강에도 변화가 생겨서다. 활력징후를 보고 간호사가 먼저 인지한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놓칠 때가 있다”면서 “평소 건강한 사람이 수술이나 진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사람이 하는 과정을 AI로 똑같이 학습한 보조원이 하나 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변 교수는 “올해 4월 딥카스 도입 후 5건 내외의 알림이 발생했다. 최근 특정 환자의 활력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겨 점수가 올라갔는데 그때 알림이 울렸다. 심정지가 온 건 아니고 환자 상태가 확 나빠진 건 아니었다”면서 “그렇지만 알림이 울리면 의료진은 환자가 안정된 상태라도 그 환자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때문에 좋다 확실한 보조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AI 의료기기가 속속 개발되는 상황에서 미래에는 더 많은 기기가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변 교수는 현장에서 AI 의료기기가 더 활발히 쓰이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했다.
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AI 의료기기를 도입했을 때 비용이다. 병원에선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성과를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도 정부에서 수가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뷰노메드 딥카스를)도입할 수 있었다. 아직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무리지만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수가와 상관없이 현장에 더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