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마지노선 최하단 비율 15%로 BB등급 분류”
국내 부동산 경기에 찬바람이 계속되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 들어갔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건들에 대해 충당금 확보 등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지만 여력이 많지 않은 중소형사들의 경우 건전성 악화로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본지가 한국기업평가가 취합한 2024년 2분기 기준 누적 증권업 재무자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24개 증권사들 중 자산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20%가 넘는곳은 DB금융투자, SK증권, BNK투자증권 등으로 나타났다.
순요주의이하자산은 요주의이하자산에서 대손충당금을 뺀 수치로, 자산 건전성을 분류하는 기준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요주의는 연체 상태가 1~3개월인 자산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판단한다.
특히 같은 건전성 지표인 '저위험 자산 비중’ 같은 경우 증권사들이 평균적으로 대부분 우수한 수준으로 나오고 있어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증권사들 간의 차별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한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비율 50% 이상은 자본 대비 절반 이상이 요주의 이하로 분류가 됐다는 의미”라며 “요주의이하 자산의 건전성이 저하됐다고 가정하면 자본 대비 60~70%까지도 올라갈 수 있어 건전성 부담 확실히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높은 곳은 아이엠증권(37.1%)으로 파악된다. 지난해(46.7%) 대비 지표가 개선됐으나 여전히 높은 상태다. DB금융투자(29.6%)가 세번째로 비율이 높았다. 다만 지난해 연말(32.2%) 대비해선 개선됐다.
이 밖에 SK증권(28.4%), BNK투자증권(25.2%), 현대차증권(19.3%), 유안타증권(18.5%), IBK투자증권(18.4%), 대신증권(18.2%), KB증권(14.8%) 순으로 높았다.
신용평가사 내부에선 방법론상 해당 비율이 8% 정도만 돼도 건전성이 저하 됐다고 신호로 받아들인다. 한 신평사는 마지노선을 신용등급 최하단인 BB 비율을 15%로 잡고 있어 이를 넘을 경우 모니터링에 나서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BB등급의 경우 채권시장에서 투기적 신용상태로 채무불이행 위험 증가 가능성이 상존하는 투자등급으로 분류된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면서 기존 PF 투자건들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가이드라인 기준이 적용되면서 재무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증권사들 전반적으로 올해 상반기 들어 사업성 평가 기준 가이드라인 적용이 되면서 요주 이하 자산이 많이 늘었는데 거기에 비해 충당금은 많이 늘지 않아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높은 곳들의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2022년부터 지표가 올라온 업체들도 있었고 최근에 50%까지 올라온 업체도 있는 등 계속 축적이 되면 안좋은 사업장을 계속 가져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상으로는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충당금적립액을 많이 쌓았다면 위험도가 덜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대형사들의 경우 수천억 규모의 충당금 쌓아둔 상태”라며 “그러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높은 중소형사들 경우 특히 충당금적립액도 많지 않아 손실 완충력이 약한 상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