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양 본격 시동 걸어…지준율 0.5%p 인하로 1조 위안 유동성 공급

7일물 역레포 금리도 0.2%p 인하
구체적 인하 시점은 언급 안해
‘사실상 기준금리’ LPR도 낮아질 듯
주택 구매 부담 경감 대책도 내놔
중국증시 상하이지수 4% 이상 급등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주요 정책금리 인하 등 공격적인 부양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신문판공실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4000억 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말까지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p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준율 인하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지준율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을 뜻한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의 자금 운용 여력이 늘어나게 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줘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지준율을 계속 낮춰 왔다. 2022년 4월과 12월, 작년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각각 0.25%p씩 낮췄고, 올해 춘제(설날) 연휴를 앞둔 2월 5일에는 0.5%p 더 인하했다.

판 총재의 예고대로 인민은행이 조만간 인하를 단행하면 중국의 지준율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24일 베이징에서 신문판공실 주최로 열린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이와 함께 판 총재는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에서 1.5%로 0.2%p 인하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역레포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의 금리이다. 역레포 금리가 낮아지면 중앙은행의 예치금으로 돈이 덜 몰려 시중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인민은행은 전날 1.95%였던 14일물 금리를 1.85%로 낮췄다.

중국은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설정했지만,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발목으로 최근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그럼에도 그간 중국 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조정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인민은행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 후인 20일에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었다.

그러나 판 총재와 함께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3대 금융 수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합동 브리핑에 나서면서 경제 부양을 위한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판 총재는 “이번 정책금리 조정에 따라 LPR도 0.2~0.25%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판 총재는 이날 주택 구입과 관련된 가계부담 경감책도 내놨다. 그는 “시중 은행들이 기존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주택 대출 금리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기존주택 대출 금리가 약 0.5%p 정도 인하될 수 있다는 게 판 총재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2주택 대출 최저 계약금 비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춰 첫 주택과 2주택의 계약금 비율도 맞춘다.

이날 판 총재가 공개한 ‘부양패키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로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15% 급등했고 아시아증시 벤치마크인 MSCI아시아태평양지수(일본 제외)는 2년 반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거시전략책임자는 “통화정책 완화는 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가 동시에 발표되면서 예상보다 더 대담했다”며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에 따라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더 대담한 완화가 이뤄질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부양 패키지도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악순환과 고질적인 부동산 위기를 끊어내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홍콩의 켄 웡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유연한 통화 완화 조치가 나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4분기 성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