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서울시 ‘에코’ 변신을 꾀할 때다

입력 2024-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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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취재차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의 바깥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20도 내외에 머물던 예년과 비교하면 이례적 ‘더위’였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몽글몽글 맺혔고, ‘덥다’ 소리가 버릇처럼 툭툭 튀어나왔다. 지하철도 카페도 후텁지근하긴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이 없으니 바람이라도 부는 실외가 차라리 낫다 싶었다. 놀라운 건 그 더위를 대하는 사람들의 ‘의연한’ 태도였다.

과거에 읽었던 외신기사가 생각났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의 목줄을 쥐고 흔들면서 특히 독일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중 알게 된 독일인에게 물었다. “생존 위협을 느낀 독일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불편을 감수하는 건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에너지 부족이 문제 된 적은 없다. 전기 공급도 충분하다”며 “그것보다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무섭게 뛰었다”고 했다. 기후위기 시대, 원대한 목표에 발맞춰 변화를 견뎌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람들의 ‘의연함’은 감동적이기보단 현실적이었고, 이를 유도한 건 절박함이 아닌 고차원적 가치였다.

이때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건, 한국에 돌아온 후 지하철 약냉방칸이 덥다는 민원이 폭주했다는 얘기를 접하면서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2호선을 제외한 1~8호선 지하철은 전체 6~10량 중 2량이 약냉방칸이다. 온도는 25도로, 일반칸(24도)보다 1도 높다. 해당 온도가 1년 365일 아침, 점심, 저녁 내내 유지되도록 설정돼 있다.

고작 1도 차이.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기후위기를 대하는 자세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역대급 더위를 경신하는 지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끔찍한 기상이변 추세를 되돌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동안 삶을 대하던 태도와 사고방식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 전환을 막는 데는 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전력사용량과 요금이 체감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계절별로 편차가 조금 있지만 서울 지하철의 8월 전력사용량은 133GWh를 넘어섰다. 1GW급 원전 1기를 약 6일간 풀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다. 누적적자 17조 원인 공사가 내는 전력요금만 2023년 기준 연간 2300억 원을 웃돌았다. 전년 대비 약 26% 증가한 수치다. 당장 시민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주지 않아도 결국 세금이고 빚이다.

서울시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해 온 에코마일리지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도 같다. 서울시는 2009년 건물(전기·수도·가스)을 시작으로 2017년 승용차(주행거리)까지 확대해 에너지 절감량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허술한 제도 설계로 감축 활동과 관계없이 최대 포인트를 탈 수 있는 구조가 돼 버렸다. 탄소배출 감축량보다 가입자 편의도 최대한 봐줬다.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이 되자 회원 수가 급증했고, 올해 책정된 예산은 이미 소진됐다. 내년 지급 예정이라고 하자 민원이 폭주했다고 한다.

탄소배출 저감은 생존을 위해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과제이지, 누군가를 위해 내 이익을 희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 의식을 일깨운다는 차원에서 ‘퍼주도록’ 설계된 제도가 잘못된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새로운 태도와 사고방식이 요구되는 시대인 만큼 이를 유도할 수 있게 정책도 변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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