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수립된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부터 2020년 수립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까지 공통된 특징은 ‘출산 감소’에 대응한 정책과제의 과도한 비중이다.
제1차 기본계획에선 107개 과제 중 63개(58.9%), 제2차 기본계획에선 104개 과제 중 62개(59.6%), 제3차 기본계획에선 56개 중 33개(58.9%), 제3차 기본계획 수정본과 제4차 기본계획에선 116개 과제 중 56개(58.6%)가 공공 보육시설 확충, 자녀 양육가정 주거 지원(임대주택 공급, 특별공급, 융자 등), 보육·교육비용 지원(현금·이용권) 등 출산 감소에 대응한 과제였다.
제1차 기본계획 수립기에는 출산 감소에 대응할 필요가 인정됐다. 2000년 1.4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9명까지 감소했는데, 이 기간 합계출산율 감소의 주된 배경은 기혼여성의 출산 감소였다.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산모 기준인 35세 미만에 혼인한 35~39세 유배우 여성의 평균 출산 자녀는 2005년 1.5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제2차 기본계획 수립기인 2010년 이후에는 출산 감소가 해소됐다. 35세 미만에 혼인한 35~39세 유배우 여성의 평균 출산 자녀는 2010년 1.83명, 2015년 1.84명으로 회복됐다. 2010년 이후에는 출산 감소에 대응할 필요성이 떨어졌는데도 출산 감소에 대응한 정책과제가 주요 정책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런 관성적 정책 수립·집행은 정책학에서 ‘경로의존성’으로 설명된다. 경로의존성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특정한 경로에 진입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인지돼도 기존 경로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관성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보단 기존에 효과를 본 정책을 끊임없이 재활용하는 관료조직을 경로의존성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여기에 저출산과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타 정책과제가 대거 ‘저출산 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기본계획별 전체 정책과제 중 기타 정책과제 비중은 제1차 기본계획 31.8%, 제2차 기본계획 31.7%, 제3차 기본계획 14.3%, 제3차 기본계획 수정본과 제4차 기본계획 30.2%에 달했다.
기타 정책과제는 대부분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과제와 성평등 관련 정책과제다. 대표적인 사례는 청년 창업 지원과 청년 가구 임차 지원, 청년 자산형성 지원, 공정한 채용환경 조성, 성평등 경영 공표제 도입, 고용상 성차별·성희롱 피해 구제 강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