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인정보보호 인증을 위한 주민번호 대체 수단인 'i-PIN(아이핀)'활성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362개 사이트(241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오늘부터 의무화에 나섰다.
정부는 기존 문제점을 보완ㆍ개선해 내놓은 아이핀 2.0버전을 개발하면서까지 정보보호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아이핀은 인터넷상에서 회원가입 또는 실명 인증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인증수단이다.
이용자가 본인확인기관에 직접 신청해서 발급받으며 언제든지 변경ㆍ폐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터넷 상에서 명의도용 등으로 인한 주민등록번호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된 아이핀은 이미 사업자들 사이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인식된 상황이어서 적잖은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이용률 저조, 의무화가 극약처방
아이핀에 대한 논란은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정부와 사업자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다.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매뉴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지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i-PIN) 의무화 조치가 사업자 부담과 사회적 혼란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변 의원은“어차피 결제시 주민번호를 수집해야 하고 유지에 비용도 들어간다”며“이용자도 불편하게 하는 아이핀을 도입할 사업자가 과연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아이핀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방통위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시행령을 만들고 있음에도 주요 포털이나 쇼핑몰 등에서 아이핀을 활용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아이핀을 도입한 기관은 모두 146곳으로 지난 2005년과 크게 늘어난 수치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가입한 146곳 가운데 민간업체는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공기관용 제도'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사업자는 이중 부담, 시스템 개편에 난색
이처럼 민간업체에서 아이핀 도입을 꺼리는 것은 여기에 드는 비용이 이중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새로 개편해야 하는 이중고 뿐만 아니라 별도 본인확인 기관에 건당 16~6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업체는 아이핀을 도입하더라도 결제 단계에서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업자들은 아이핀의 의무화가 사업자의 부담만 키우는 격이라며 도입 자체를 미뤄왔다.
한 사업자는“웹 사이트 이용자가 신규 가입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굳이 가입을 하겠냐”며“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화가 도입돼 사업자와 가입자 모두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 편의성 강화한 2.0은 어떨까
한편 정부는 7일부터 이용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기능을 보강한'i-PIN 2.0'을 적용한다.
일단 정부에서도 기존 아이핀이 이용상 불편으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인식되지 못했고, 사업자들도 주민등록번호에 비해 다수 웹사이트 간의 연계기능이 없어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아이핀만이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하는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개선된 내용을 보면, i-PIN 2.0에서는 ‘i-PIN 통합 ID 관리’를 구축해 ID를 입력하면 본인확인기관이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본인확인기관을 선택하는 과정이 생략됨에 따라 아이핀 이용 절차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었다.
또 아이핀 발급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의 과정 등을 간소화했고, UI(User Interface)상에 복잡한 문구 등은 간단ㆍ명료하게 표현해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아이핀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이핀이다”며 “현재 UI 상의 일부 미비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며 인터넷익스플로러(IE) 외에도 파이어 폭스(Firefox) 등 다양한 웹 브라우저에서 아이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오는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조세ㆍ금융 등 전 민간 분야에 아이핀이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ㆍ제도 연구 등을 병행,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아이핀 이용 확대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