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공급량 줄며 가격 상승
내년 D램 수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
삼성 P4‧SK M16 D램 생산 강화하지만
“D램 등 기존 제품 고도화에 더 신경써야”
최근 반도체 기업들이 D램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며 범용 D램 물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내년 범용 D램에 대한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관련 설비 증설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18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1분기 대비 24.8% 증가한 229억 달러(약 31조 원)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D램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D램 제조 주요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며 “평균판매가격(ASP)도 1분기 추세에 따라 계속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요 제조사들의 HBM 수요 집중에 범용 D램 공급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17~19% 증가했다. 이에 따른 D램 매출은 22% 오른 98억2000만 달러(13조3365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HBM 판매 호조로 D램의 출하량이 20% 늘었다. 매출은 38.7%가 증가한 79억1000만 달러(10조7425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HBM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HBM은 D램을 8단 또는 12단으로 쌓아서 만든다. 문제는 상당한 물량의 D램 생산량이 HBM에 쏠리며 서버용, PC용, 모바일용 등 범용 D램 공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급성장하는 HBM 수요로 인해 메모리 기업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지만 D램은 여전히 생산 능력이 감산된 수준”이라며 “내년 전체 생산능력은 늘어나지만 일반 D램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는 기업들이 보다 D램 생산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HBM의 낮은 수율과 디바이스의 교체주기가 도래한 만큼 D램의 수요가 더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디바이스 교체주기가 다가왔고 특히 스마트폰은 전체 판매 대수가 2억 대 이상으로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는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D램 시장은 올해 대비 50% 성장하며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며 “범용 D램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은 온디바이스 AI 적용 확대로 기존 메모리 탑재량이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에 기업들도 D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D램 라인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평택 사업장의 신규 팹인 4공장(P4)에서, SK하이닉스는 이천의 M16 공장에서 D램 생산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지만, 그간 업계에서 두 회사가 D램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만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D램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P4(평택), M16(이천) D램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HBM 중심의 투자 확대가 이뤄지며 범용 D램의 생산능력이 타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연구위원은 “D램 등의 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갖고 있으니, 기존 제품의 고도화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