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매입하는 러시아…금융결제망 막히자 무역거래도 현금으로

입력 2024-08-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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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직후 SWIFT서 퇴출
개전 이후 동결자금만 411조 원
전자 결제 대신 현금 '무역 거래'

▲러시아 달러 및 유로 매입 추이.  (출처 로이터)
▲러시아 달러 및 유로 매입 추이. (출처 로이터)

러시아-우크라이나 개전 이후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퇴출당한 러시아가 막대한 달러와 유로 현금을 확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결제가 막히자 무역거래까지 현금을 사용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세관 데이터(2022년 3월~2023년 12월)를 바탕으로 “2022년 3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로 화폐(달러 및 유로) 수출이 금지된 이후 약 23억 달러(약 3조1500억 원) 상당의 달러와 유로를 러시아가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주요은행의 SWIFT 결제가 가로막히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무역거래까지 현금을 사용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SWIFT 접근이 차단된 이후 러시아는 대금 지급과 수출입에 지장을 받았다. 유럽 주요은행이 러시아 자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EU는 이 동결 자금을 담보로 전쟁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도 했다. 유럽에 있는 러시아 은행의 외화 보유액 가운데 무려 3000억 달러(약 411조3600억 원)가 동결된 상태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무역거래를 목적으로 현금 수입 통로를 확보했다”라며 “달러와 유로는 여전히 무역거래와 러시아인의 해외여행에 유용한 도구”라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UAE와 터키 등에서 러시아까지 달러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경제제재 회피 경로’를 돕는 금융기관에 대해 경고했다. 이듬해인 2023년부터는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무역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러시아가 현금을 택한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 ‘아스트라자산관리’ 투자 책임자 드미트리 폴레보이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많은 러시아인이 해외여행을 위해 외화 현금을 원하고 있다. 소액의 수입품과 국내 저축에도 현금을 원한다”라며 “러시아 국민에게 미국 달러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통화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앞두고 이례적인 규모로 달러와 유로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개전 직전 4개월(2021년 11월~2022년 2월) 사이 189억 달러(약 26조 원)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700만 달러(약 233억1000만 원)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전쟁을 앞두고 현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미국 국제무역 및 안보전문가 다니엘 피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러시아 무역과 선적량이 급증한 것도 전쟁을 앞두고 무역거래의 불안전성을 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브라질과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국(브릭스·BRICs)에 루블화 사용 확대와 결제 시스템 통합을 촉구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기존의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결제 시스템 대신 자체 금융통화시스템 SPFS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나선 것.

SPFS에는 △이란 △터키 △스위스(중립국) 등이 합류했고 △UAE와 △북한은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러시아와의 이미 결제 시스템을 통합했거나 통합을 추진 중이다. 브라질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별도의 무역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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