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마자 매진, 학교선 못해본 실습”…제약사 과학프로그램 인기

입력 2024-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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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티켓팅’ 경쟁까지…암젠 ‘그로우 업 바이오 업’[가보니①]

▲서울시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7월 20일 진행된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 폐 해부 실습에 참석한 아이들이 실습 전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암젠코리아)
▲서울시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7월 20일 진행된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 폐 해부 실습에 참석한 아이들이 실습 전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암젠코리아)

“신청 페이지가 열리면 1분 만에 마감이 돼요. 학교에서는 실험도구를 만지고, 직접 해부실습을 할 기회가 없거든요.”

서울시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만난 김지수(40·여) 씨는 생명과학 교육 프로그램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로우 업 바이오 업’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암젠코리아가 서울시립과학관과 함께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여름방학 기간인 7월~8월에 걸쳐 주말마다 실험, 강연, 체험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신청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기 일쑤이며, 신청 공지가 나오기 전부터 과학관에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본지는 지난달 20일 진행된 해부 실습과 이달 4일 열린 진로특강 현장을 찾아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났다.

“해부 수업, 책으로 읽는 것보다 더 재밌어요.”

폐 해부 실습에 참여한 임성현(11세) 군은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실습은 해부학을 전공한 전문 교육자의 설명과 체험까지 총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해부에는 돼지의 허파와 실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메스, 해부가위, 포셉 등이 사용됐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7개 테이블에 앉아 실습에 열중했다.

실습 전 아이들은 폐의 구조와 역할을 배우고, 실험실에서 주의해야 할 안전 및 위생 수칙을 교육받았다. 사람의 왼쪽 폐는 상·하엽으로 나뉘지만, 오른쪽 폐는 상·중·하엽으로 이뤄져 더 크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놀랐다. 해부 시작 전 실험윤리 교육에도 상당한 시간이 할애돼, 동물실험에 임하는 과학자들이 명심해야 하는 대체(Replacement)·감소(Reduction)·개선(Refinement) 등 ‘3R 원칙’이 강조됐다.

실습을 도운 서울시립과학관 홍현진 박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라고 하면 난도가 낮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수업 난도가 낮으면 만족도 조사에서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온다”라며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주제나 난이도 설정 시 공을 들이고 있고, 모든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번 반복 설명하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남아서 보충 설명을 할 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7월 20일 진행된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 폐 해부 실습에 참석한 임성현(가운데) 군이 서울시립과학관 소속 홍현진 박사(왼쪽)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암젠코리아)
▲서울시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7월 20일 진행된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 폐 해부 실습에 참석한 임성현(가운데) 군이 서울시립과학관 소속 홍현진 박사(왼쪽)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암젠코리아)

자녀와 함께 실습에 참여한 김태수(50대) 씨는 체험형 과학교육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인 김 씨의 두 아들은 모두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과학 시간에 동물을 해부하는 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 학교에는 과학실과 실험도구가 준비돼 있어도 이를 학생들이 직접 활용할 기회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사설 교육기관을 이용하기에는 전문성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 높은 사교육비도 부담이다.

김 씨는 “학교에서는 직접 실험을 해 볼 기회가 부족하고, 실습 분야도 다양하지 않아서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실험을 해보고 싶은 학생들이 접근할 방법이 없다”라며 “간단한 증류 실험이 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비커, 알코올램프 등 기자재를 구매하려고 해도 기자재 비용만 100만 원이 넘으니 과학관이 아니면 실습은 경험할 수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암젠 ‘생명과학 최우선(Biology-First)’ 기업 가치 실현

그로우 업 바이오 업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아이와 학부모 등 보호자가 1인당 1만 원의 수강료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회차당 참석자가 2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소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제약·바이오업계 사회공헌 활동 성공사례로 꼽힌다. 기업 이름을 전면에 드러내는 대다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달리, 교육 주제와 내용 구성을 비롯한 전반을 과학관 소속 교육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고 회사의 개입은 최소화했다.

암젠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800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이 참여해 95% 이상의 만족도를 확인해, 서울시립과학관의 첫 민·관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최근에는 국내 아동·청소년의 생명과학 교육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장 표창(서울시 과학문화확산 민관협력 우수기관)을 받았다.

암젠코리아는 앞으로도 과학관과 협력해 과학교육을 지속할 방침이다. 암젠은 한국 법인뿐 아니라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암젠 재단(Amgen Foundation)을 설립하고 ‘생명과학 최우선(Biology-First)’이라는 기업 가치 실현을 위해 과학교육 후원에 적극적이다.

이진아 암젠코리아 이사는 “암젠은 바이오 의약품을 만드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으로서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과학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왔다”라며 “아동·청소년의 과학 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과학관에서 매년 유익하고 알찬 생물학 교육 콘텐츠를 고안하고 있으며, 참여자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앞으로도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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