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이 오히려 中 성장 가속화…“삼성·SK, 반도체 전략 점검할 때”

입력 2024-08-07 15:40 수정 2024-08-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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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2년 앞당겨 'HBM2' 대량 생산
對중국 규제가 성장 가속화 '기폭제'
"규제 동참하되, 경제적으론 협력해야"

▲미국과 중국 국기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놓여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국기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놓여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자립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러한 반도체 정세 변화 흐름에 발맞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지털 전문 매체 디지타임즈는 최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2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CXMT는 HBM2를 2026년 양산할 계획이었는데, 약 2년을 앞당긴 셈이다. CMXT는 일찍이 미국과 일본 업체로부터 HBM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XMT가 HBM2를 생산하는 데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는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하는 칩 가운데 양품의 비율을 뜻한다. 통상 수율이 70%를 넘으면 안정화 단계로 본다. 일반적으로 장비를 도입한 후 적절한 수율로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데는 1~2년이 걸린다.

HBM2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HBM3E(5세대)보다는 3세대 뒤진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HBM2를 2018년 대량 양산했다.

다만 업계에선 중국 기업이 자체 기술로 HBM2를 대량 양산까지 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분석하고 있다. CXMT는 본격적인 생산량 확보를 위해 허페이에 있는 HBM 팹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5만 장 규모의 생산라인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15만 장)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미국의 마이크론(2만 장)보다는 두 배 이상에 달한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급성장하는 데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020년 당시 미국은 중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막았다. 2022년에는 1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을 통제했다.

다음 달에는 미국 당국이 HBM 수출 제한 방안이 포함된 추가 규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추가 규제에 대비해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의 HBM을 미리 비축하고 있다. 로이터는 상반기 삼성전자의 HBM 매출의 약 30%가 중국향에서 발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향후 규제가 저성능 반도체까지 더 확대하면 국내 기업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도 협력하는 이른바 '정경분리'의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놓아야 한다”며 “정부는 중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기업들 역시 중국이 큰 시장인 만큼 물밑 협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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