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절반 “인파사고 1년 내 재발할 수도”
선형·골목형·수시운집형 등 유형별 대처해야
서울 내 주요 랜드마크로 꼽히는 강남역, 홍대입구, 성수동이 여전히 다중운집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 차원에서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주로 경험적 분석에 기반하거나 일부 지역이나 행사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전역의 다중운집 취약성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7일 서울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중운집 취약성 분석 기반 서울시 인파 안전관리 방안’ 보고서 발표했다.
인구와 시설이 집약된 대도시 서울에서는 지난 60년간 6건의 인파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22년 10월 이태원에서는 158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성수동 보이스룸 공연 현장에서 인파밀집 현상이 재발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과거 인파사고는 문화행사 또는 교통시설 내에서 발생했으나, 이태원 참사처럼 행사 목적이나 주최가 명확하지 않은 다중운집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각종 인파밀집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인파 분석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 설치, 인파사고 안전관리 협의회의 진행 등 여러 대책이 마련됐다. 다만 연구원은 현재 대책이 주로 경험에 기반한 지역 분석과 일부 지역 시뮬레이션에 국한돼 서울 전역의 다중운집 취약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에 사는 시민들도 인파사고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명 중 7명(74.6%)은 다른 재난 유형과 비교했을 때 인파사고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인파사고가 1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58.2%에 달했다.
연구원이 분석한 ‘다중운집 취약지도’를 보면 다중운집 취약지역은 서울시 전체를 공간 단위(500×500㎡)를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전체 2421곳 중 359곳이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주요 랜드마크가 중첩된 곳은 강남역, 홍대입구, 명동, 성수동 등 99곳으로 나타났다. 가장 취약 지역인 3등급은 20곳이며, 2등급은 41곳, 1등급 3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중운집 취약지역 현장조사 결과 행사가 자주 개최되는 공원·광장·하천 지역에서는 유입통로가 다양하고 시기적으로 인파밀도가 높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건물 및 지하철역 주변에는 진·출입구 주변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인파 밀도를 낮추거나 응급대응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다중운집 취약지도 결과를 활용해 서울의 가로 유형을 선형, 골목형, 수시운집형, 실외행사형, 실내행사형 총 5개의 유형별로 구분해 현장 특성에 맞춰 체계적인 인파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례로 평소 인파가 많음에도 주최자 없는 행사가 자주 개최되는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는 수시운집형에 해당하고, 매년 세계불꽃축제 시즌 많은 인파가 몰리는 노량진역 일대는 실외행사형에 해당된다.
보고서는 다중운집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인파 안전관리계획 수립하고, 해당 지역 중 보행 장애가 높게 나타나는 지역에 인파 시뮬레이션 실시를 통한 안전관리 대상 지점의 파악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각 자치구는 현장조사와 인파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역 인파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현장관리를 수행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시는 상기 계획을 바탕으로 자치구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필요 시 예산 등을 지원할 것을 조언했다. 인파 밀집도 완화를 위해 CCTV를 기반으로 한 인파 밀집 전 분산 유도를 위한 경보 발령, 안전관리 요원 배치, 보행 장애물 제거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시 전역 다중운집 취약성 분석에 기반해 예방 중심의 인파 안전관리계획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라며 “해당 대책이 생활인구의 다중운집이라는 가변성을 고려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