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연금개혁…22대 국회서도 불투명 [연금개혁의 적-上]

입력 2024-08-04 13:42 수정 2024-08-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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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연금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여당은 연금개혁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채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며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을 제안했고, 21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 상향형 연금개혁을 요구했던 야당은 정부 안 제출이 먼저라며 연금개혁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국민·기초연금과 직역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체계 전반을 연계·조정하는 구조개혁보다는 국민연금 기여율·지급률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이 시급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형 모수개혁을 추구하면서도 개혁안을 내는 데 소극적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소득 보장형 모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급할 게 없다. 상대의 협상 카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

가까스로 논의가 재개돼도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가 21대 국회처럼 각각 재정 안정파, 소득 보장파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앞세워 소모적 논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개혁안 제시에 소극적인 정부·여당은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 있다. 민주당은 실제 개혁 여부·방향과 상관없이 소득 보장파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조함으로써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21대 국회도 후반기 2년을 소득대체율 논쟁으로 허비했다. 구조개혁 논의를 목적으로 연금특위를 구성한 후 산하에 민간자문위원회를 만들더니, 소득 보장파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재정 안정파인 김용하 순천향대 정보기술(IT) 금융경제학과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앉혔다. 이후 모수개혁으로 논의 방향을 틀고 소득 보장파와 재정 안정파 간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며 지루한 소득대체율 논쟁이 이어졌다. 막판에는 공론화를 하겠다며 시민대표단 숙의토론까지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자문위원회 구성이 애초에 합의 목적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양쪽이 대립하는 구조에서는 타협이 어려운데, 이 상황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회가 연금개혁 논의를 주도하기보다는 두 공동위원장이 싸울 ‘판’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대학 교수는 “민간자문위원회 구성부터 숙의토론까지 일련의 과정이 실질적인 연금개혁 논의보단 ‘누가 우월한지’ 승부를 내려는 대결 같았다”고 꼬집었다.

22대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선 논의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논의를 위한 초안으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 안이 나와야 중심이 잡힌다”며 “정부 안은 곧 여당 안이 될 것이므로, 그게 나오면 야당도 정부 안을 토대로 검토할지 별도 안을 내놓을지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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