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 집 밖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객사(客死)라 하여 좋지 않은 죽음으로 여겼다. 그래서 병원에서 투병하더라도 환자의 임종이 다가오면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다. 좋은 죽음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살던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이었다. 1980년대 한국 사람들의 80%가 집에서 사망했지만, 2020년에는 80%가 병원에서 사망한다. 오늘날 죽음은 병원에서 치러져야 하는 과정이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를 받다가 임종이 다가오면 처치실로 옮긴다. 가족들은 아침 저녁 짧은 면회 시간에만 환자를 볼 수 있다. 좋은 죽음의 조건은 크게 네 가지인데 ‘내가 살던 익숙한 곳에서’, ‘가족,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고통 없이’, ‘존엄함을 잃지 않으며’ 죽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네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죽음의 질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8위를 차지했다.
다행히 올해 8월부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1개 이상의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된다. 임종실은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하여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가족, 지인과 함께 존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다. 기존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에만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종합병원에도 임종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하여 임종실 이용에 있어 경제적 부담도 낮아진다.
떠나는 이와 떠나 보내는 이가 서로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 임종실을 설치하는 것으로 좋은 애도의 출발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웰다잉의 좋은 발판이 마련되어서 다행이다.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