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마지막 거래일(30일) 코스피시장이 미국발 훈풍에도 불구 전강후약 패턴을 되풀이하며 강보합 혼조세로 마감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9일)는 국제유가의 70달러대 회복으로 리세션 우려감이 완화되고 美 국채 수익률도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북돋아 다우지수(1.08%)를 비롯한 주요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중국도 이날 뉴욕증시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외환보유 정책에 갑작스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美 국채수요 위축 우려를 진정시켰고 이는 국채수익률 하락(국채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금융사기(폰지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150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은 '금융시장의 건전화'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역시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했다.
윈도드레싱 기대와 더불어 1400선 위에서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한때 1410선을 넘보기도 했으나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서는 등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장 후반 한때 약보합권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62p(0.12%) 오른 1390.07p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들어 줄곧 매도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장 마감후 567억원 매수우위로 돌아섰고 기관의 경우 프로그램 매수 덕에 333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가들은 3947억원 매도우위로 대응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4326계약을 순매수하며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3845억원)를 중심으로 6183억원을 기록, 지난 3월 12일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일 산업생산 증가에도 경기부양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으로 급락했던 일본 증시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경기회복 기대로 장중 1만선을 돌파하기도 했던 닛케이지수는 1.79% 급등세로 거래를 마쳤다.
기타 아시아증시들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가권지수(0.64%)와 싱가포르지수(0.69%)가 오른 반면, 상해종합지수(-0.54%)와 항셍지수(-0.81%)는 상반기 마지막날 증시를 약세로 마감했다.
시총상위주 눈치보기 혼조세
수급주체 부재로 우왕좌왕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혼조세를 나타냈다.
최근 지수를 지탱해온 삼성전자(-1.00%)가 장 후반 60만원 아래로 미끄러지며 7거래일만에 하락했고, POSCO(-0.70%)와 LG전자(-1.27%), LG디스플레이(-1.40%), 현대모비스(-2.19%) 등이 하락했다.
반면 한국전력(0.51%)과 신한지주(1.42%), KB금융(1.30%), 현대중공업(1.06%) 등은 오름세로 마감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은행(1.63%)과 유통(1.50%), 서비스업(0.89%), 비금속광물(0.60%), 운송(0.59%) 등이 상승했고, 전기전자(-0.96%)와 건설(-0.80%), 증권(-0.63%), 철강금속(-0.21%) 등은 하락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비핵심 계열사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는 대한전선이 7.44% 급등한 것을 비롯해 STX조선해양(4.89%), 코리안리(3.96%), 롯데쇼핑(3.56%), 두산(3.49%), 강원랜드(3.16%), OCI(3.13%), LG상사(2.67%) 등의 상승폭이 컸다.
한편 대우건설은 매각 재료노출 인식과 함께 6.18% 급락했고 삼성이미징(-6.16%), SK케미칼(-5.05%), 기아차(-3.82%), 삼성전기(-3.17%) 등이 부진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부각된 쌍용차는 이틀째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냄비 코스닥, 변동성 확대 우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시장을 외면하며 지수 버팀목이 사라진 가운데, 상승모멘텀이 소멸된 대운하 관련주들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된 코스닥시장이 장중 3% 가까운 폭락세를 연출했다.
태웅(-4.36%)과 서울반도체(-3.49%), 소디프신소재(-3.86%), 코미팜(-3.07%), 평산(-4.17%)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공세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투자심리에 민감한 개인 선호 테마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지난 3월 이후 강세장에서는 테마주들의 불쏘시개 역할과 더불어 코스닥시장이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지만, 박스권 혼조장세가 지속되면서 수급이 꼬이고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편 국제유가의 70달러 회복 소식에 자원개발주들은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아이알디와 유아이에너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골든오일(5.44%), 테라리소스(2.87%)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복합재료 시장이 2015년까지 연평균 최대 75%까지 고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대진공업, 대유신소재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엑사이엔씨(1.45%), 상보(-1.28%) 등의 나노관련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구상 포기와 관련해 대운하 테마주들은 이날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화공영(-13.36%)과 동신건설(-11.93%), 삼목정공(-11.89%),특수건설(-10.08%), 홈센타(-8.81%) 등의 4대강 테마주들이 동반 급락한 가운데, 전일 급락했던 자연과환경(8.11%)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미약한 수급 개선
코스피지수는 사흘째 뒷심부족을 의미하는 음봉을 기록하며 1400선 회복에 다시금 실패했다.
주봉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코스피 주봉을 보면 리먼브러더스 사태직전 가격대인 1400선에 걸려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일목균형표상으로는 두터운 음운층 상단부를 시원스럽게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모멘텀 부재,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증시(S&P500) 역시 박스권 내에서의 무의미한 등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단기 수급은 분명 개선되는 흐름이다.
아래 연두색 단기 수급기준선을 넘어섰고, 전강후약의 국내증시와 정반대로 닷새째 양봉이 기록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경기 센티멘탈이 최근 유가 동향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가의 강세가 실물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고유가가 경기회복에 부담을 주는 국면에 다다랐기 때문에 '유가 상승 = 주가 상승'의 공식이 언제까지 성립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의 급등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당초보다 중기 원유수요를 하향 조정했음에도 나이지리아의 반군이 로얄 더치 쉘의 석유 플랫폼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최근 뉴욕증시의 흐름은 유가와 뚜렷하게 동행하고 있으며, WTI 근월물이 저항대로 작용하던 연두색 수급기준선을 돌파하는 흐름이다.
투자심리의 개선은 이번주 예정된 경기지표들이 리세션 완화 시그널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 심리는 14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경기지표 호재의 대부분이 기대감이 반영된 심리지표이고 향후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심리 지표를 경기회복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에는 각종 경기지표들이 경기 컨센서스에 결정적인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때 그때 박스권내에서의 기술적 반등에 빌미로 활용될 뿐이다.
요컨대, 여전히 글로벌 증시의 박스권 등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증시의 수급과 심리는 미약하나마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의 경우 펀드 수익률 제고과 관련된 윈도드레싱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반등 기류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지수의 등락과 무관하게 종목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테마주들의 급락에서 보듯 기대감이 대부분인 테마주들의 경우 어닝시즌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어닝시즌을 앞두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적호전 저평가주들에 집중하는 전략이 리스크 관리와 수익률 제고 모두에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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