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디지털 역량 강화에 온힘
설계사 고령화에 활용도 기대 이하
자영업자 A(52) 씨는 최근 보험리모델링을 위해 보험설계사(FP)를 오랫만에 직접 만났다. 평소 여행자 보험 등 간단한 상품은 딸이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입해주지만 치매보험과 간병보험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 자신에게 맞는 특약이 어떤 것이 있는지 세심하게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5년 이상 납입하는 복잡한 구조의 보험 상품은 설계사와 대면으로 만나 상품 설명을 여러 번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보험사의 혁신 키워드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면 영업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부터 블록체인, 로봇까지 보험업계에 여러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써먹어야 하는 영업 조직에겐 다른 세상 얘기다. 보험설계사 절반 이상이 50·60세대로 이뤄져 있다 보니 영업 지원 플랫폼 사용조차 어려워하는 ‘디지털 까막눈’도 상당수인 게 현실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디지털 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보험업계는 IT기반의 영업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업지원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빗팩토리, 굿리치 등 인슈어테크도 잇따라 출현했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설계사 없는 보장 분석과 보험 설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보험사 성장전략으로 AI 등 신기술이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따라가지 못하는 설계사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 전속 설계사 중 5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58%를 넘어섰다. 2008년 50세 이상 설계사의 비중이 15%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5년 만에 보험설계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활용을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변별력이 중요하다”면서 “보험계약자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 교육 등 충분한 디지털 활용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디지털을 도구로써 사용해야 하는데 젊은 설계사에 비해 5060 설계사의 디지털 역량은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디지털 보험설계사도 등장했다. 고객은 앱을 통해 가입설계, 심사요청, 인수, 청약 등 보험계약 체결에 필요한 업무 대부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설계사들의 종합적인 역량에 대한 의문점도 존재한다. 이들의 역량이 실제 보험설계와 계약이 가능한 수준까지 향상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보험연수원의 의무교육을 수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영업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 지식들을 충분히 학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사의 생산성 하락은 일정 부분 설계의 고령화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설계사가 장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며 인력관리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