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다시 졌다. 앞서 같은 구치소 수용자들이 낸 비슷한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도 원고 패소로 끝나면서 정부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구자광 판사는 9일 방모 씨 등 13명이 “교도관들의 과실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적절한 의료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코로나 감염 △구치소장의 치료 소홀 △코로나 확진 사실 불고지 등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500만 원씩 총 1억9500만 원을 청구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동부구치소에서 총 1193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방 씨를 비롯한 원고들은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구치소 수용자였다.
원고들은 “교도관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수용자들과 접촉했고 구치소장은 감독에 소홀했다”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과밀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더러, 코로나 집단감염 대응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용자들에게 의사 진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확진 사실도 곧바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직무를 집행했다거나, 이로 인해 원고들이 신체‧정신적 손상을 입고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치소 수용공간이 한정돼 있지만 신규 입소자는 계속 들어오고, 전면적인 코로나 검사 또한 예산상 제약이 있었다”며 “신규 입소자를 14일간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까지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치소는 수용자들에게 2020년 12월 30일 이전까지 보건용 마스크를 무상 지급하지 않고 마스크를 잘 착용했는지 단속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간 영역에서도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웠고 보건용 마스크 지급에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던 점, 마스크 강제 착용이 오히려 수용자들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을 침해할 수도 있었던 점 등으로 보아 구치소의 조치는 합리적 범위 내에 있었다”고 봤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초기 확진자 발생 공지가 혼란‧동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2800여 명에 이르는 구치소 직원 및 수용자에 대한 전수검사 준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 △수용자 문진을 통한 분리수용은 정확도‧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법무부가 코로나19 전파 시작 시점부터 안내 지침을 마련해 교정시설에 하달했다는 점 등을 청구 기각 이유로 설명했다.
앞서 4월 서울중앙지법은 동부구치소 수용자 26명이 낸 3억9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에도 김모 씨 등 수용자 4명이 총 4000만 원을 청구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