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 감소가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투자 혹한기에 상대적으로 선전한 콘텐츠 분야의 감소폭이 컸다.
16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상반기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포스트 IPO 제외)는 49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투자 금액은 2조6461억 원으로 19.5% 줄었다.
분기별로 나눠 보면 1분기는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이 각각 256건, 1조18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11%씩 감소했다. 2분기는 투자 건수 241건, 투자 금액 1조4650억 원으로 각각 39%, 25%씩 감소해 2분기 들어 감소폭이 더 컸다.
라운드별 투자 추이는 투자 혹한기 기간 가장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후기 라운드 투자가 전반적인 투자 건수 감소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증가했지만, 초기 라운드 투자는 많이 감소했다.
상반기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376건, 투자 금액은 9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29%씩 줄었다. 같은 기간 시리즈D 이상의 후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23건으로 9.5% 늘었으며 투자 금액은 4306억 원으로 10% 감소했으나 초기 라운드 대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분야별로는 전통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바이오·의료 분야가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반기 바이오ㆍ의료 분야 투자 건수는 67건으로 18% 줄었으나 투자 금액은 4149억 원으로 99% 증가했다.
투자 건수 역시 상반기 10건 이상의 투자가 발생한 총 20개 분야 중 투자 건수가 증가한 분야가 농산업 1개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크지는 않은 편으로, 엔터프라이즈와 게임 분야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감소폭을 보였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는 투자 건수가 11건으로 전체 투자 건수 중 비중이 2%에 불과했으나 투자 금액 비중은 11%로 전 분야 중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딥엑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빅딜’이 다수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콘텐츠 분야는 상반기 투자 건수 24건, 투자 금액 191억 원으로 각각 53%, 96% 급감하면서 20개 분야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지난해 바이오·의료와 1, 2위를 다퉜던 콘텐츠 분야 투자 비중은 투자 건수로는 5%, 투자 금액은 1% 미만까지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반기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9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투자 건수가 8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한 수치로, 전체 투자 건수와 금액이 줄었음에도 100억 원 이상 규모 빅딜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들 93개 기업은 상반기 투자 유치 기업 497개사 중 약 20%를 차지하며 이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 2조820억 원은 전체 투자 금액의 79%를 차지했다. 약 80%의 투자 금액이 상위 20% 기업에 몰린 셈이다.
상반기 가장 큰 금액을 유치한 기업은 딥엑스로 1100억 원의 시리즈C 투자를 성사시켰다. 신규 투자사로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이어 경량화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제공하는 업스테이지와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가 각각 900억 원, 800억 원을 유치하며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