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 안착을 위해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 완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KDI 공동 토론회에서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이란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 시 되고 있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한 노동시장의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한 연구위원은 "고령사회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50대 이후 조기퇴직 및 여성 30대 후반 이후 경력 단절 등이 여전히 심각하며,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4배에 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주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정규직 노동수요가 부족한 데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 연구위원은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해야 한다"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동일·유사 산업별 노사정 논의를 거쳐 직무 분석·평가·설계·보상의 인프라 구축 및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간제·파견 등의 고용계약 종료시 퇴직금에 준하는 계약종료수당 부과를 통해 계약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연령차별 극복과 기업 단위의 자발적 고용연장 장려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 연구위원은 또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 하에서 정년만 강제적으로 연장할 경우 향후 인력난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고령층 일부(여성, 임시직) 및 청년층 고용의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공지능(AI) 시대, 노동시장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도 있었다.
발표자인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우리나라 일자리 중 약 341만개(전체 일자리의 12%)는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 기술(산업용 로봇 및 소프트웨어)과 달리 고소득·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팀장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생산성 증대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강조하며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고용재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기존 체제 혹은 기득권을 지키려다 보면 기술변화의 영향이 급격하게 나타나 부정적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또한 일자리 대체효과가 특정 그룹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 정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이란 주제로 한국노동연구원-KDI가 공동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바람직한 노동 제도 변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