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측 “시기상 로비 자체 불가능…이종호와 만난 적 없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에 나섰다는 녹음 파일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도 실제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김건희 여사가 연관돼 있는지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 전 대표와 공익제보자 A 변호사의 통화 녹취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가 ‘VIP한테 얘기해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는 A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사단장을 진급시켜 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연결된 인물이라는 점이 인사 개입 의혹을 키우고 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10일 오전 ‘채상병 사건 원인 규명 카페’에 입장문을 내고 ‘구명 로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28일 오전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모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결재한 시점은 지난해 7월 30일이고, 결재를 번복한 시점은 지난해 7월 31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 의해 소위 ‘임성근 구명 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지난해 7월 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사의 표명 사실은 지난해 8월 2일경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가 A 변호사와 통화한 시점이 지난해 8월 9일이기 때문에 시기상 구명 로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또 “이 전 대표와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사령관에게 순직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이 전 장관은 그 이전은 물론 그 이후로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해병 1사단장을 구명하여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통화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공수처 수사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녹취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구명 로비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