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1.3% 이자 비용으로 인한 재무상태 악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기업들은 보수적인 전망
금리인하 시 우선 조치로 부채상환·설비투자 확대
기업 10곳 중 4곳은 상반기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자를 내면 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째 3.5%의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업 전망과 대응’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경영실적 관련 44.8%의 기업이 이자 비용을 내면 손익분기점이거나 적자 상태라고 응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란 응답이 30.2%였고, 상반기 실적을 적자로 예상한 기업도 14.6%로 적지 않았다. 흑자를 예상한 기업은 55.2%였다.
대기업, 중견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크거나 영업적자인 기업의 비중이 중소기업은 24.2%로 대기업(9.1%), 중견기업(8.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매출 및 자산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대출 문턱이 높고, 문턱을 넘더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고금리 상황에서 더 취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최근 실적 악화는 통계로도 드러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보다 큰 기업의 비중은 40.1%로 2022년의 34.6%에 비해 1년 만에 5.5%포인트(p) 증가했다.
고금리 기간에 경험한 기업 경영 애로 질문에는 ‘이자 비용으로 인한 재무상태 악화’를 겪었다는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다. ‘신규자금 조달 어려움’을 꼽은 기업이 27.8%로 그 뒤를 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 도입’(16.5%),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지연·중단’(10.5%)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올해 중에 기준금리가 몇 번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47%가 ‘한 번’이라고 답했다.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40%에 달했다. ‘두 번 이상’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13%에 불과해 보수적 전망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상의는 “기업들이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환율ㆍ고물가 상황,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동향 등으로 인해 올해 내에 적극적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3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현재 경기 상황’(26.3%)과 ‘물가 상승률’(26.3%)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들의 경영 방침 변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시 경영 및 자금 운용의 변화 가능성 질문에 응답 기업의 40%는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고, 10%의 기업은 ‘바로 변화를 검토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에 반해 나머지 50%의 기업은 ‘뚜렷한 변화 없을 것’으로 답했다.
금리 인하 시 기업경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취할 조치를 묻자 1순위로는 ‘부채상환 등 재무구조 건전화’를 꼽은 기업이 65%로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 확대’가 22.5%로 그 뒤를 이었다. 2순위로는 ‘설비투자 확대’(41.5%)와 ‘연구개발 투자’(23.8%), ‘사업구조 재편’(17.0%), ‘신규인력 채용’(12.9%) 순으로 꼽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대내외 환경의 영향으로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낮아지면 재무 상황 개선과 함께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