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의사협회와 민주노총의 공통점

입력 2024-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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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뉴시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메신저’인 대표자의 언행 때문에 조직의 ‘메시지’가 묻힌다는 점이다.

의협은 임현택 회장의 ‘입’이 문제다. 국회의원, 판사, 관료, 언론인, 동료 의사 등 상대를 따지지 않고 험한 말을 쏟아낸다. 그냥 험한 말이 아니다. 어휘는 위험하고, 논리는 막무가내다. 성범죄 의사를 비판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내뱉었던 ‘미친 여자’ 발언은 임 회장을 상징하는 사례가 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 내에서도 ‘손절’ 분위기가 감지된다. 의대생들조차 “연이은 막말, 개인의 무례 때문에 의료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다.

민주노총은 집행부의 ‘행동’이 문제다. 최저임금위원회 7차 회의에서 이인재 위원장이 업종별 구분 여부를 표결로 정하려고 하자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의사봉을 빼앗고 공익위원들의 투표용지를 찢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나 보였던 폭력적 행태를 공적 회의에서도 반복했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정부청사 어린이집 인근에서도 확성기를 들고 장관을 부르며 ‘개xx’를 외치던 게 민주노총이다.

이런 과격한 언행에도 장점은 있다. 집단의 선명성과 내부 결집력이 강화한다. ‘팬덤 정치’와 비슷하다.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과격하고 자극적일수록 무엇을 주장하느냐보다 누가 주장하느냐가 더 주목받게 된다. 대중의 인식에서 ‘비호감’인 메신저는 어떤 주장을 해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누군가는 ‘사람은 별로여도 주장은 일리가 있네’ 생각하겠지만, 대다수는 ‘또 헛소리하네’ 무시할 것이다. 정책은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은 소수 이익단체가 아닌 불특정 다수 대중에 의해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막말, 폭력을 동반한 메시지 전달은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 결정·집행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이는 의협, 민주노총의 투쟁이 ‘집단 이기주의’, ‘밥그릇 쟁탈전’으로 비치는 이유 중 하나다.

의협,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문제는 자정이 안 된다는 점이다. 다수의 무관심을 발판으로 소수 강성세력이 집행부를 독점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래서 집행부가 바뀌어도 행태는 변하지 않다. 일부에선 ‘대표성 없는 소수의 행태를 조직원 전체의 행태로 매도하지 말라’고 항변하지만, 이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 의협이든, 민주노총이든 집행부는 투표로 선출된다. 투표율이 낮아 대표성 없는 소수가 집행부로 선출됐다면, 그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집행부가 막말, 폭력으로 물의를 빚어도 대다수의 조직 구성원은 침묵한다. 그렇게 ‘대표자 개인의 일탈’은 대중에 ‘조직의 합의된 언행’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들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여긴다면, 그런데도 여론과 정부가 자신들을 ‘악마화’한다고 생각한다면 조직 내부부터 변해야 한다. 메신저의 일탈을 제재하고, 자정 가능성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론을 바꾸고, 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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