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느린 학습자’라고 불리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조기 발견 체계를 구축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도달’ 등 학력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중장기 관리가 꾸준히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경계선 지능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선별 도구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는 하반기에는 경계선 지능인 현황을 파악하는 첫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 장애 기준인 지능지수(IQ)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는 미치지 못하는 IQ 71~84 사이인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IQ 분포상 전체 인구의 약 13.6%인 697만 명, 초·중·고 학생 약 78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까지 경계선 지능인은 학업 등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경계선 지능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민기 인디학교 교장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냈다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경계선 지능인 교육 지원 관련 법안의 통과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면서 “엄밀히 따지면 대책에 각론과 디테일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꾸준하고 깊이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성인기 지원 대책 같은 경우 경계선 지능 청소년에 대한 일 경험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있는데, 대상자는 많아 봐야 5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 500여 명에 대한 지원도 진로 상담 및 인턴십 정도이기 때문에 인턴십을 마치면 이후 지원도 종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 예산 관련 내용이 없어 경계선 지능인들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관건은 여기서 얼마나 더 (대책이) 확대되느냐는 것인데, 예산을 얼마나 더 쓰겠다는 부분이 안 보인다”면서 “예산 투입을 위해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준비한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초학력 지원은 6개월에서 많아야 3년 가량 지원이 되는 것인데, 최소 3년에서 5년은 지원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대책도 기초학력 도달에만 편중되지 않고, 학령기 이후 보다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