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불교조각의 특징 잘 보여줘"…역사적 가치 ↑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목조관음보살상'을 네덜란드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중국과 일본 불상만 있는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 한국 불상이 처음으로 전시되면서 한국 불교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마련됐다.
3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26년 5월까지 약 2년간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아시아관에 '목조관음보살상'이 특별 전시된다.
두 박물관은 지난 2년간 중국과 일본 불상만 있는 아시아관에 조선 시대 불상을 전시하기 위해 협의해 왔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실 지원 사업으로 네덜란드국립박물관과 진행하는 첫 번째 결실이다.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등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한 곳이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람객의 발길이 언제나 끊이지 않는 곳에 한국의 불상이 공개된 셈이다.
불상을 조각한 승려의 이름이 정확하게 전해지진 않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표정, 양어깨에 드리운 머리카락이나 구불구불한 옷 주름 등의 독특한 표현 방식에서 조각승 진열(進悅)의 작품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진열은 1700년대 중반에서 1720년대 전반까지 수조각승으로 활동했다. 불교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승려 가운데 으뜸을 수조각승이라고 부른다. 진열은 부산 범어사 관음전 관음보살상의 작가이기도 하다.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손에는 연꽃을 든 이 불상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인상을 준다. 조선 후기에 승려 장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불교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시대 목조상은 두 손과 머리에 쓰는 보관, 손에 든 연꽃을 별도로 조각해 끼우므로 제작 당시의 것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라며 "이 상은 승려 조각가가 만들었을 당시의 원형을 잃지 않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