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부도 유의…거래량 적으면 가격 괴리↑
증권사들은 연일 다양한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ETN 투자자로서는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반면 투자 결정이 더 까다로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옥석 가리기’를 위해서는 발행사 신용도와 종목 유동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전체 ETN은 387종목에 달한다. 이 중 최근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원자재뿐 아니라 코스피·코스닥·나스닥·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와 같은 국내외 지수와 한국·미국 등 단일국가 국채, CD금리 등 단기자금, 달러·엔화를 비롯한 통화 상품들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ETN은 만기에 조건 없이 증권사가 제시한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특징도 있다. 추적오차가 없기 때문이다. 추적오차는 발행사가 사전에 예측한 상품 손익과 실제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의 차이를 뜻한다. 투자자 손에 쥐어지는 수익에서 상품 운용 관련 비용을 차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추적오차는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차이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ETF는 지수 추종 과정에 초과 수익이나 비용이 발생하면 일정 수준 투자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ETF가 아닌 ETN에서 원자재 간접투자가 활발해진 배경도 이런 특징에서 비롯됐다. ETF는 운용 중 구성 종목을 교체하는 일이 빈번한데,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커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운용이 복잡한 파생이나 전략 구조, 해외자산 투자에 유리하며 온전한 환헤지를 할 수 있다”며 “운용 시 추가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로서는 이득이지만 추가 이익이 나면 그 수혜를 누릴 수는 없어 투자자 성향에 따라 상품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된 ETN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 대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상장 폐지된 ETN은 총 73개로, 2022년(27개)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1~20년으로 설정된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래량이 적어 상장 폐지에 이르게 되는 일이 대다수다. 약 10년간 수많은 상품이 쏟아졌지만, 낮은 인지도로 매매가 활성화되지 않은 종목도 여럿이라는 뜻이다.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원금이 수탁 계좌를 통해 투자자 소유로 분류되는 ETF와 달리 ETN은 투자 시 원금이 상품 만기 전까지는 증권사 소유로 넘어간다. ETN을 거래한다는 것은 증권사에 원금을 주고 주식(note)을 사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가 부도가 나면 투자원금을 받을 수 없다. ETN 상품을 고를 때 발행사 신용도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종목 유동성도 살펴야 한다. 증권사는 ETN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데, 종목의 시장 가격이 적정 가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호가를 낸다. 유동성이 좋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시장 가격과 적정 가격 간 괴리가 생길 위험이 적다. 이런 지점을 투자자가 짚어보려면 투자를 고려하는 종목의 거래 대금을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똑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종목 중 특정 종목 시장 가격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유독 튄다면, 일정 기간 거래가 없어 과거 가격이 종가로 찍혀있을 수 있다”며 “이는 발행사가 유동성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