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최근 멕시코만 연안 타바스코주 늪지대와 정글에서 서식하는 고함원숭이 80여 마리가 나무에서 추락사했다고 현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 수가 수백 마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현장을 둘러본 야생동물학자 질베르토 포조는 “5월 초 폭염으로 고함원숭이들이 탈수와 발열 등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맥없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불을 붙인 지구온난화에 애꿎은 동물들이 화를 입었는데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동물만이 아니다.
호주 모나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폭염 사망자는 연간 15만 3000명으로 인구 1000만 명당 236명이었다. 추정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아시아지만, 인구비례로 따졌을 때 유럽이 1000만 명당 655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에어컨이 필수가전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유럽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에어컨 실외기가 보이는 집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19%에 불과했다. 그러니 노약자들은 온열질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2023년 여름은 과거 2000년 동안 가장 더웠다고 한다. 이 온난화는 엘니뇨현상으로 증폭돼 결국 더 길고 심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질 것이고 올해 다시 최고기온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6월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포르투갈의 남부 휴양지인 알가르브 지역은 지난달 여름시즌 개막을 알렸다.
꼭 휴양지가 아니더라도 더위를 피해 주변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살고있는 코임브라에는 몬데구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데 주말이면 강변 공원에 가족, 친구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비치타올을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강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사진>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인지 강변에 사람들이 더 늘었다. 앞으로 9월까지 이렇게 더울 예정이라니 ‘슬기로운 여름나기’를 궁리해 볼 때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