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와 다름없다"…생존 급한 건설업계 허리띠 졸라맨다

입력 2024-06-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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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허지은 기자 hje@)
▲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허지은 기자 hje@)

건설업계가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지금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급여 삭감은 물론이고 법인카드 사용 제한, 출장 자제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 임원들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선다는 취지로 임금의 10~15%를 자진 반납했다. 직원들은 올해 임금조정을 회사에 위임하는 한편 경비절감을 위해 연차를 100% 사용하기로 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의 직급 수당 30%를 삭감했고 법인 카드 사용 제한, 출장 자제 등의 지침도 내렸다. 다른 건설사들도 예산을 축소하고 출장·법인카드 사용 자제령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애를 쓰고 있다.

사실 임원 급여나 직책 자의 수당 일부 삭감, 출장 자제 등이 재무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전체적인 인건비 또는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이앤씨 등기이사와 미등기임원이 받은 급여 총액이 162억 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임원 임금 반납으로 아낄 수 있는 돈은 많아야 1년에 20억 원 정도다.

그런데도 건설업계에서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은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위험한 상태로 판단해 모든 초점이 생존에 맞춰져 있다"며 "한동안은 이익이 확실하지 않으면 수주도 포기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3년 건설업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건설업의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5.04%에서 지난해 4.76%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영업이익률은 2년 전인 2021년 6.2%의 절반 수준인 3%를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초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수준보다 악화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임원 임금 조정 그 자체의 비용 절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를 통해 경영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자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며 "당장 업황이 어렵다고 기술직이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조치들이 필요성에 공급하는 모습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원·책임자급의 임금 반납·삭감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런 조치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원의 급여 삭감으로 얻을 실질적 재무개선 효과는 사실상 없는데 직원들은 내 월급도 깎이는 것 아닌가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상징적 의미를 두는 조치보다 실질적으로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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