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꾸준히 인간의 조류인플라엔자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근래에 이르러서는 감염 사례 내의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보건의회 의장 제프리 파라는 이와 같은 전염병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언제 글로벌 에피데믹(epidemic)으로 퍼질지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뉴스가 전해졌지만, 의외로 대중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소식을 전하는 뉴스 동영상의 댓글들을 보면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무래도 ‘52%’라는 중세의 흑사병을 넘는 치사율이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모든 위기가 그러하듯, 직접적으로 닥치지 않으면 체감이 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보건학계에서는 감염성 호흡기 질환의 대유행이 4, 5년 주기로 꾸준히 일어날 것이란 이론이 거의 정설로 안착된 듯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겪어 온 글로벌 에피데믹이 이를 증명한다. 1997년 중국 남부와 동남아 일대를 강타한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2002년 아시아를 휩쓴 사스(SARS),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MERS),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의 사례들이 그렇다.
전염 지역과 기간, 치사율 등은 상이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글로벌 에피데믹, 혹은 그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팬데믹은 앞으로도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치사율 52%의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이 다소 비현실적인 뉴스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몇몇 학자들은 이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전염 지역과 기간은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이 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초국가적인 이동과 접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감염균의 세계적인 전파도 용이해진 상황이다.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환경 파괴가 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철새나 야생 박쥐 등의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인간이 키우는 가축과의 접촉이 증대되었다. 이로 인해 신종 호흡기 질환 감염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지구 표면의 온도 상승으로 감염균이 장시간 사망하지 않은 채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희망을 전하자면, 이러한 전염병 대유행의 위험이 증대하는 가운데, 인간의 대처 능력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데이터 수집을 통한 각종 전염병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또한 감염성 호흡기 질환 사례를 전수조사하면서 또다시 찾아올 글로벌 팬데믹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팬데믹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 시간을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보건 관련 인공지능 기술 또한 같이 발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몇 년 후 다시 글로벌 팬데믹이 터지면 이들은 막대한 부를 쌓을 것이다.
이렇게 세계 선진국들이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조용한 국가가 있다. 바로 지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다음 병균이 등장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홍수가 나기 전에 제방을 쌓듯, 서서히 전염병 대유행과의 지난한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