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47조1000억 원 적자였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수지를 뺀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64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재정동향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9조2000억 원 늘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예산 신속집행 영향이 컸다. 총지출이 19조6000억 원 급증한 데 반해 대기업 실적 저조에 따른 법인세 쇼크(-12조8000억 원)로 총수입이 1조5000억 원 증가에 그쳐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나랏빚도 역대 최대다. 4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1128조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3조4000억 원 불어났다. 정부가 올해 예산상 계획한 국가채무 1163조 원 선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증가 속도도 걱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55.2%다.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포인트(p) 높아졌다.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도시국가인 싱가포르(63.9%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일자리 창출, 연구개발(R&D) 강화 등 재정 관리를 힘겹게 할 난제들이 즐비하다. 국운이 걸린 필수 과제들이지만 예산을 빨아들일 ‘블랙홀’이란 점이 문제다. 이 절박한 국면에 정부와 정치권은 한통속으로 돈 쓸 궁리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월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240개 과제 개선을 약속했다. 민간 기업 투자를 비롯한 기존 계획도 있지만 신규 개발 사업도 많다. 구체적 재정 투입 규모나 재원 마련 방안에는 침묵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925조 원의 퍼주기 약속”이라고 주장하자 “중앙정부 예산은 10% 미만”이라고 해명했을 뿐이다. 적어도 수십조 원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민주당은 한술 더 뜬다. 1호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이 대표적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처분적 법률 형태로 행정부 고유의 예산 편성권까지 흔들 태세다. 재원 13조 원에 대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가재정의 원천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정치인, 공무원이 함부로 뿌려도 되는 돈이 아니다. 선심성 퍼주기 정책은 결국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훨씬 더 큰 부담을 안긴다. 뻔한 이치인데도 다들 앞다퉈 몰염치 경쟁을 벌인다. 꼴사나운 일이다.
국가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경쟁할 것은 따로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질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 정비가 급선무다. 퍼주기가 아니라 규제 혁신이 급한 것이다. 왜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하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