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90조…모객 경쟁 ‘치열’
은행·보험 제치고 증가율 가장 높아
투자수요 늘고 디폴트옵션 시행 효과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석 달 새 4% 넘게 증가하며 9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이 자리를 잡은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 운용방식을 택하는 증권사로 관심이 모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연금통합포털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6% 증가했다. 액수로 보면 3조9644억 원 늘었다.
규모가 가장 큰 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202조3522억 원으로 같은 기간 2.2% 늘어났다. 보험업권은 92조 6958억 원으로 오히려 0.6%(5521억 원) 줄어들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금융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9%에서 23.5%로 높아졌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성장세가 돋보이는 이유다.
증권업권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25조5177억 원(28.1%)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았다. 다음 △현대차증권 16조3804억 원(18.1%) △한국투자증권 13조5714억 원(15.0%) △삼성증권 12조8612억 원(14.2%) 순으로 적립금 규모가 컸다
증권사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은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 방식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은 크게 원리금 보장형과 원리금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수익률이 개선됐다.
또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내에서 가입한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금융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는 제도다.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금융업권 전체가 퇴직연금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큰 시장에서 장기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10년 후 100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기간 돈을 묻어둬야 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한번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증권사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이나 보험권과 차별화된 상품, 운용으로 모객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약진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금자산이 35조9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로보어드바이저(RA)를 비롯한 디지털 연금자산관리와 함께 개인별 맞춤 연금포트폴리오 서비스가 불안정한 금융상황에 주목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 후 연장 상담 서비스 등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