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분야 등에서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중장기·전략적 관점에서 인도와의 반도체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책브리핑 '인도태평양 시대 한·인도 경제협력 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연구진은 인도에 대해 "안보 측면에서 인도양·남아시아 지역의 중국 견제 세력, 글로벌 경제·공급망 차원에서 중국 대안으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최근 통상협정 체결, 가치사슬 복원력, 청정에너지·기후변화, 디지털 분야 등을 중심으로 인도와 전략적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했다"며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비동맹 원칙을 바탕으로 양자 경제협력, 다양한 다자협의체에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국익을 적극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대인도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 전역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2021년 중동 및 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 이스라엘, 미국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결성해 인도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적 혜택을 제공했으며, 2023년 6월 미-인 정상회담에선 핵심 및 신흥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방산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이니셔티브에 합의했다.
인도 역시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양자무역협정에도 적극적이다. 연구진은 "이런 기조는 상당기간 유지될 전망"이라며 "일본, 호주와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를 출범해 글로벌 공급망 약화에 대응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최근 미중갈등에 따른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 중국·베트남 등에서의 경쟁 심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중국을 일부 대체하기 위한 인도와의 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인도의 전략적 위상 상승과 이에 대응한 타국 움직임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호흡의 대인도 협력정책 없이는 지속성 있는 경제협력 추진이 어렵다"며 "한·인 경제협력의 중장기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경제의 최대 과제는 제조업 육성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기간산업은 현재 인도 정부가 육성하려는 분야와 일치하는 만큼 인도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것이 KIEP의 설명이다. 인도 역시 한국이 필요로 하는 항공우주·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가치사슬 복원력 관련 협력은 미중 경쟁하에서 인도의 양자 간 협력이 활성화되는 분야로 향후 한·인 경제협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 배터리,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전략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인도 협력을 모색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영역은 통신장비부터 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영역, 사이버 보안, 공공서비스 디지털화 등"이라며 "이 분야에서는 미중 패권경쟁과 디커플링이 두드러기 때문에 한국은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가능성과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