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주문'인데, 수수료 내라고요?"…배달음식값 더 오를까 '노심초사' [이슈크래커]

입력 2024-06-05 16:29 수정 2024-10-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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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5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본부까지, 외식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겁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3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포장 주문에 새로 가입하는 점주를 상대로 포장 중개 이용료 6.8%를 부과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이 방침은 배민에 신규 가입한 음식점주에게 적용됩니다. 기존 가맹점들은 내년 3월 31일부터 포장 수수료를 내야 하죠.

6.8%는 배민의 배달 주문 수수료와 같은 수치입니다. 즉 포장 판매를 할 때도 배달 판매와 같은 돈을 배달 앱에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수수료도 부담스러운데 포장 주문 수수료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는 토로가 이어지는데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결국 음식값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거죠.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치킨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붙는다…"남는 게 없어" vs "4년간 미룬 것"

지금까지 배민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소비자가 직접 가게로 찾아가 가져오는 경우, 점주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배민의 이번 방침으로 3만 원짜리 치킨을 포장 주문으로 판매한다면 점주들은 배민에 수수료로 2040원을 내야 하는 셈인데요.

배민은 포장 역시 배달과 똑같이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를 내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배민은 2020년 8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매장 이용률이 현저하게 줄자, 배달 수수료 없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포장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로 상인들이 겪는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7차례에 걸쳐 유예해온 수수료 부과를 4년 만에 정상화하는 취지라는 겁니다.

그러나 점주들 사이에서는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줄줄이 오른 인건비, 재룟값, 가스비, 전기세에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는 게 막대한 타격이라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포장 수수료 유료화 정책이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앞서 배민은 올해 초 무료배달을 내건 쿠팡이츠에 맞대응하고자 똑같이 무료 배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각각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배달 플랫폼은 '무료 배달 전쟁'을 벌이며 점유율 경쟁이 한창이죠. 이때 점주들에게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면, 배달 앱 입장에선 마케팅 경쟁에 쓸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고객이 무료 배달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점주는 배민에서 '배민1플러스', 쿠팡이츠에선 '스마트요금제'에 가입해야 합니다. 모두 주문 건수당 수수료를 책정하는 정률제 서비스인데요. 배민1플러스는 6.8%, 스마트요금제는 9.8%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매출이 늘면 수수료나 배달비 부담도 커지는 셈이라, 매출 증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점주들의 주장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BBQ 매장 앞에 치킨 메뉴 광고문이 놓여 있다. (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BBQ 매장 앞에 치킨 메뉴 광고문이 놓여 있다. (뉴시스)

포장 주문 수수료,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지나…고물가 우려도

무엇보다 소비자들을 걱정하게 하는 건 가격 부담입니다. 포장 주문에 대해서까지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그만큼의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실로 최근 가격을 잇달아 올린 치킨, 햄버거, 떡볶이 등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수수료에 대한 언급이 빠지질 않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4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6.3%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은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는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변경됐죠.

사실 BBQ는 물가 안정 동참과 충격 완화를 위해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미룬 바 있습니다. 당초 지난달 23일 치킨 가격을 올린다고 공지했지만, 이를 31일로 8일간 늦췄죠. 또 권장소비자가격 조정 정책 시행 시점을 이달 4일로 한 차례 더 유예한 겁니다.

식품업체나 외식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했다가 계획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죠. BBQ 측은 가격 인상 시점을 유예하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 패밀리(가맹점주)의 감내와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는 건데요. BBQ 측은 이번 가격 조정이 지속되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최저임금, 임대료, 유틸리티 비용 상승 및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라이더 비용 급등으로 가맹점의 악화된 수익 개선을 위해 불가피했던 방침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국내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 수 1위인 신전떡볶이도 1일부로 일부 메뉴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신전떡볶이는 이달부터 떡볶이류와 튀김류 등 일부 메뉴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습니다. 대표 메뉴인 떡볶이는 3500원에서 4000원으로 14.3% 올랐고, 치즈떡볶이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 로제떡볶이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 인상됐죠. 튀김류 인상 폭은 더 큽니다. 크림치즈볼과 고구마치즈볼은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미니핫도그는 1500원에서 2000원으로 33.3% 올랐습니다.

신전떡볶이 역시 매년 지속되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부담 등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음식값 인상은 장기적으론 고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배달 플랫폼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한다면, 점주들 역시 비용 압박에 음식값을 올리고 결과적으로 외식 물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거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올랐습니다. 5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보다 0.1%포인트(P) 높았는데요. 품목별로는 떡볶이가 5.4%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김밥(5.2%), 라면(외식)(3.4%), 햄버거(2.8%) 등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분식과 패스트푸드의 상승률이 두드러졌죠.

▲배달 앱 플랫폼 3사. (사진제공=각 사)
▲배달 앱 플랫폼 3사. (사진제공=각 사)

요기요·쿠팡이츠는?…"착한 배달 플랫폼 없나" 눈길 쏠리기도

배민은 배달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업계 최강자입니다. 이 때문에 배민을 시작으로 포장 주문 수수료가 배달업계 전반에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는데요.

요기요는 이미 포장 주문에 12.5%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는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하는데요. 다만 배민 포장 주문 수수료 적용 시기인 내년 4월 이후 정책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부담을 낮춘, '착한' 배달 플랫폼을 찾아 나서려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2021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땡겨요는 '상생'을 목표로 출범한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인데요. 배달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폐지하고 판매 수수료도 2% 이하로 책정해 점주들의 부담을 크게 낮췄습니다. 지금까지 절감한 수수료 금액만 15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죠.

땡겨요는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합니다. 서울 광진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곳의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 자체 할인에 지역 화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최대 15%까지 줄였는데요. 할인에 소요되는 비용은 점주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전액을 신한은행이 부담합니다.

대형 배달 플랫폼들에 비해 파격적인 수수료지만, 성장세는 아쉽습니다. 1분기 기준 가입자는 300만 명, 가맹점은 14만3000여 곳으로 시장 점유율이 1.5% 수준에 그쳤는데요. 가장 큰 어려움은 독과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달업계의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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