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진술분석관 면담 영상 증거 안 돼”…檢 “증거능력 인정 받겠다”

입력 2024-06-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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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진술분석관은 검사‧사법경찰관 아냐…증거로 인정 못 해”
검찰 “증거능력 부정당한 첫 사례…진술분석은 수사와 별개”
국내외 사례‧문헌 검토 후 실무 적용…진술분석 신뢰도 향상 목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최근 대법원이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의 성범죄 피해 아동 면담 영상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첫 판단을 내린 가운데 검찰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는 전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분석 면담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내외 사례‧문헌 등을 통해 진술분석 면담 영상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검토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앞서 3월 28일 대법원은 대검 진술분석관이 성폭행‧아동학대 피해자와 면담한 영상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1심과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진술분석관은 대검 소속이기는 하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영상을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영상이 수사기관에 제출할 목적으로 촬영된 것이므로 ‘수사과정 외’ 진술을 증거로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대검 진술분석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는 다수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법원이 진술분석 자료를 증거로 인정해 확정받기도 했지만, (증거능력을) 부정당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진술분석 면담이 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해 증거를 제시하고 추궁하는 수사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진술분석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학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라는 것이다. 또 검찰은 “진술분석관은 녹취록, 영상 녹화 CD 등 면담 시 생성된 자료를 결과보고서와 함께 투명하게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성폭력 및 아동학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2007년부터 진술분석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검 과학수사부 소속 진술분석관은 유관 분야에서 6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심리학 전공자들로 구성된다. 진술분석 시 NICHD(아동‧장애인 면담기법)과 CBCA(준거기반 내용 분석) 기법 등을 사용해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검에 배치된 진술분석관은 총 22명으로, 이들은 전국 검찰청과 법원이 의뢰한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진술분석관은 피해자 면담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진술 타당도 평가(SVA‧Statement Validity Assessment)’ 기법을 사용한다. SVA 절차는 △사건 기록 분석 및 면담 계획 수립 △피해자와 면담 과정 녹화 △진술 내용 분석 △진술 타당성 검토 △최종 결과 도출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경찰, 법원, 민간에서도 자체 진술분석 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SVA 절차 전부를 이행하는 기관은 검찰이 유일하다.

검찰은 “진술분석은 진술의 신빙성을 과학적(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라며 “특히 물증이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성범죄와 아동학대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진술분석을 위한 면담과 그 과정을 영상녹화한 CD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판례가 축적되면 진술분석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또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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