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완벽한 ‘구원 투수’가 절실하다 [노트북 너머]

입력 2024-06-04 11:03 수정 2024-06-04 11:0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여러 가지 두루 보고 있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이 취임 이래 첫 번째 공식 석상에서 꺼낸 첫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취임 이후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듯 다소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올해 각오와 목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진행 상황 등을 묻는 말에는 멋쩍은 웃음으로 갈음했다. 첫 마운드 등판에서 던진 1구로, 그는 강력한 직구 대신 유연한 커브를 선택한 셈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뽑혔다. 그의 말마따나 현재 삼성전자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문제를 두루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업계에서 급부상 중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완벽히 후발주자로 위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BM이라는 네이밍도 SK하이닉스가 먼저 한 것이다. 사실상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전 부회장은 무엇보다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잡아야 한다. HBM3E(5세대) 품질 테스트를 하루빨리 통과해 납품을 성공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규모를 넓혀 총파업까지 달성하겠다고 예고했다. 조합원 수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5분의 1에 달한다. DS부문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규모가 커지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조가 “삼성전자의 위기는 경영 리스크”라고 주장하는 만큼, 전 부회장은 노련한 경영 리더십도 보여줘야 한다.

삼성전자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구원 투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인 건 전 부회장이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라는 점이다. 2008년 50나노급 D램 개발을 성공시킨 주역이었으며, 이후 2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도 크게 기여했다. 삼성SDI 대표이사 시절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을 말끔히 진화하기도 했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암울한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발판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빼빼로 과자 선물 유래는?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100일 넘긴 배달앱 수수료 합의, 오늘이 최대 분수령
  • '누누티비'ㆍ'티비위키'ㆍ'오케이툰' 운영자 검거 성공
  • 수능 D-3 문답지 배부 시작...전국 85개 시험지구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12:3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317,000
    • +5.58%
    • 이더리움
    • 4,447,000
    • +2%
    • 비트코인 캐시
    • 616,000
    • +2.16%
    • 리플
    • 828
    • +4.55%
    • 솔라나
    • 292,200
    • +3.99%
    • 에이다
    • 829
    • +11.28%
    • 이오스
    • 808
    • +15.43%
    • 트론
    • 231
    • +3.13%
    • 스텔라루멘
    • 155
    • +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300
    • +7.09%
    • 체인링크
    • 20,050
    • +3.35%
    • 샌드박스
    • 420
    • +9.6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