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급식에 소고기 ‘실종’... 엔저에 수입산도 비싸서 못 먹어

입력 2024-06-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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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가격, 1991년 수입자유화 이후 최고
저렴한 호주산도 5년간 1.3배 뛰어
스테이크점 도산 등 식품업체도 위기

▲일본 도쿄의 한 식료품점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의 한 식료품점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초·중학교 급식에서 영양가 높은 소고기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있다. 심각한 엔저로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수입산 소고기 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러한 현상을 보도하면서 역사적인 엔저가 일본을 서서히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북동부 미야기현 도미야시에 있는 한 초·중학교 급식 식단표에는 소고기 메뉴가 사라진 지 오래다. 물가 상승으로 기본 메뉴인 쌀과 우유의 가격이 각각 9%씩 오르면서, 소고기는 한 끼에 360 엔(3150원)인 예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학교 영양사는 닛케이에 “지금 식품 가격으로는 영양가 있는 식단을 짤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일본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가격은 1991년 수입자유화 이후 최고치다. 수입 소고기 중 그나마 저렴한 호주산도 5년간 1.3배가 올랐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00g 당 약 125엔이 뛰었다. 이로 인해 급식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도 수입 소고기 구매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지츠식품회사의 코아나 유타카 부장은 “미국 소고기 공급업체에 할인을 요청했지만, ‘할인은 어렵다. 엔저는 일본 측 문제’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테이크점 10곳이 도산했다. 전년도의 5배로 역대 최대치다. TDB의 이이지마 다이스케 정보통괄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소고기 취급 업체들은 큰 난관에 빠져있다”며 “앞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돼지고기 등 저렴한 식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던 규동(소고기덮밥)과 햄버거는 ‘사치 음식’이 됐다. 일본의 3대 규동 프랜차이즈 요시노야는 규동 보통 사이즈 가격을 4월부터 430엔으로 인상했다. 맥도날드의 빅맥 단품 가격은 2015년 370엔에서 올해 1월 480엔으로 올랐다. 9년 만에 약 30%가 상승했다. 다이스케 부장은 “규동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반복하고 있다”며 “규동 한 그릇을 280엔에 먹을 수 있던 것은 먼 옛날 이야기가 됐다”고 한탄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닛케이는 “디플레이션 시대의 저주가 역사적인 엔저를 낳았다”며 “물가·임금이 오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성장 모델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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