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권 카르텔’ 정조준하더니…변죽만 울린 검찰 수사

입력 2024-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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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일감 몰아주기 수사 일단락…윗선 지목 구현모 전 대표 불기소
횡령으로 기소된 KDFS 대표…재판부, 검찰 기소 내용 지적하기도
법조계 “KT ‘이권 카르텔’ 대대적 수사한다더니 결과는 초라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구현모 전 KT 대표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가 일단락됐다. 애초 그룹 내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며 윗선을 겨냥했던 수사와 달리 변죽만 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용성진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구 전 대표가 취임 직후 시설관리(FM) 업무를 계열사인 KT텔레캅을 통해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기존 4개 하청업체가 나눠 갖던 일감을 KDFS 등에 몰아줬다는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5월 KT 본사와 계열사, 협력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이뤄지기 전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2022년 12월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KT텔레캅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가 진행됐는데,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다.

당시 법조계에선 검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이상으로 사건을 들여다볼 의도라고 해석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수익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KT그룹 전·현직 임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등 그룹 차원의 ‘이권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구 전 대표는 남중수 전 KT 대표 등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하청업체 KDFS는 몰아준 일감으로 수익이 많이 늘어나면서 황욱정 KDFS 대표 역시 의혹의 ‘키맨’으로 꼽혔다.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황욱정 KDFS 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황욱정 KDFS 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해 5월 KDFS 관계자, 7월 신현옥 전 KT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신 전 부사장이 KT텔레캅 임원에게 “KDFS에 시설관리 업무 물량을 몰아주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남 전 대표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가장 먼저 구속된 건 황 대표였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배임증재 및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황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황 대표는 횡령‧배임 혐의로 우선 재판에 넘겨졌다.

황 대표의 재판에선 KDFS가 용역 물량을 하도급받은 경위, 황 대표 자녀들에 대한 채용, 황 대표를 비롯한 임원의 특별성과급 성격 등을 놓고 다퉜다. 특히 검찰은 전 KDFS 최대주주이자 황 대표와 친구 관계인 강상복 전 한국통신산업개발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기소 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래 언론에 나오기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기소했는데, 사실상 그런 건 아닌 듯하다”며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건의 레버리지로 수사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공소 자체 적법성까지 판단은 안 하겠지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검찰은 황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수사를 시작으로 그와 KT 전현직 임원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카르텔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분위기였으나 1심 재판이 끝나도록 황 대표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지 않았고, 그밖의 다른 인물에 대한 수사 속도도 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가 검찰 수사가 다소 무리하게 시작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황 대표의 재판이 진행되던 올해 5월 초, 검찰은 윗선인 구 전 대표를 소환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에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함께 별도 수사 중이던 KT그룹의 ‘현대차 관계사 고가 매입’ 의혹 등을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구 전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황 대표의 청탁에 따라 물량 증가가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하청업체인 KS메이트에 KT 계열사 전 임원을 대표로 선임하도록 지시해 경영에 간섭한 혐의(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만 적용해 기소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해서는 신 전 부사장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됐다. 황 대표로부터 법인카드, 사무실 등을 제공받은 KT 전 상무보와 부장, KT텔레캅 전무 등도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 대표 역시 배임증재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당시 KT 대표를 잡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KDFS 등 계열사를 파헤쳐놓고 정작 다른 사안으로 기소했다”며 “카르텔 수사라고 했지만 초라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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