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땀에 의한 수분 손실량이 많아진다. 인체의 약 70%가 수분으로 구성된 만큼 물만 제대로 마셔도 여름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기 쉽고 장기 복용 중인 약도 많은 만성질환자는 수분 섭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는 염분과 전해질의 유입량을 고려해야 한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수분 섭취와 배출 활동에 주요하게 관여한다.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소변이나 땀을 통해 외부로 배출하며 체내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만성콩팥병 혹은 투석환자는 전신부종이 발생하거나, 폐 또는 심장에 물이 차는 등 건강에 위협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 질환자가 아니더라도 과도한 수분 섭취는 ‘저나트륨혈증’과 같은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액의 정상 나트륨 농도는 1L당 140mmol(밀리몰) 정도이고, 135mmol 미만이면 저나트륨혈증으로 정의한다. 이는 의식 장애와 간질 발작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물과 과일 등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씩 나눠 자주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진숙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 질환자라고 무조건 수분섭취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수분섭취가 부족하면 오히려 탈수로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라면서 “평소 소변량과 신장 기능의 정도 등을 토대로 전문 의료진과 논의해 본인만의 적정 수분 섭취량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장 질환자는 수분과 전해질 배설 능력뿐만 아니라 칼륨 배설 능력도 저하돼 있어 수박과 참외, 바나나 등 칼륨이 다량 함유된 여름철 제철 과일 섭취에도 유의해야 한다”라며 “칼륨을 원활히 배출하지 못하면 혈중 칼륨 농도가 상승해 근육 쇠약, 부정맥은 물론 심한 경우 심장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심장 질환자 역시 수분 섭취량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체내 수분량은 혈액량과 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량의 땀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 수분량이 줄어 혈액의 양도 줄고 심장이나 뇌로 공급되는 혈류도 약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해마다 저혈압 환자의 연중 발생은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7~8월에 정점을 찍는 경향을 보인다.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과 전해질의 양에 맞춰 물을 보충해야 한다. 물뿐만 아니라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해 혈액의 생성과 순환을 더욱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 수분 부족은 저혈압의 위험과 함께 심근경색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복용 중인 약에 따라 ‘탈수’에 취약할 수 있다. 고혈압약은 심장 박동수를 줄이거나(베타 차단제), 소변을 통한 수분 배출로 혈관의 저항을 줄이거나(이뇨제),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하고 혈관의 확장을 도모(칼슘 통로 차단제)하는 원리로 기능한다. 본인이 어떤 고혈압약을 복용하는지 확인하고,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만의 적정 수분 섭취량을 숙지해야 한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 끈적거리는 상태가 되고, 이는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까지 초래할 수 있다”라며 “그렇다고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혈액량이 증가하고 심장에 무리를 줘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적당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라며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단순히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혈압변화에 따른 증상의 일부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