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시대 그롤벌 공급망 재편중
무역협상에 새로운 접근 모색할때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됐다. 1985년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에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다자간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여 3년을 예정하고 출발하였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은 농산물에 대한 교역규범을 7년 9개월 만에 간신히 합의하고 서비스무역(GATS) 등에 대한 기본적 교역규칙을 마련하여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키게 되었다.
다자간 교역규범으로서 WTO체제는 출범 이후 역설적으로 양자 간 FTA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다. 우리 경제가 뒤늦게 FTA의 필요성을 깨닫고 시장개방의 영향이 가장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국가와 시험삼아 협상을 추진한 대상이 칠레였다. 당시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칠레는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제조업 경쟁자도 아니고 남반구에 존재하여 계절이 반대인 만큼 우리에게 민감한 농업에 대한 피해도 별로 없으리란 점에서 시험적인 상대였다.
칠레를 필두로 EU(2011년), 미국(2012년), 중국(2015년) 등 거대경제권과 순차적으로 FTA를 체결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21건 59개국, 경제영토로 보면 세계 GDP의 85%를 확보하여 싱가포르(87.3%)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규모 면에서도 1983년 무역규모(수출+수입) 12위, 수출과 수입 각각 13위, 14위를 기록한 이래 20년간 어느 항목에서도 10위권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였던 우리나라 무역은 상기한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완성한 이듬해인 2017년 처음으로 무역규모 9위, 수출 6위, 수입 9위를 기록하였다. 1인당 GDP 역시 3만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역자유화의 이득(Gains from Trade)을 무역규모 및 경제의 성장, 소비자 후생 증가, 그리고 고용효과로 나누어 과연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가 내실있는 성장에 기여하였는가를 따져 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무역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경제성장의 측정지표로 1인당 국민소득(GNI)의 변화를 보자.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 1만4000달러(세계 50위)에서 2023년에는 3만3700달러(세계 40위)를 기록하여 2.4배의 증가를 보였고 순위 면에서도 10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성장 기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 후생 측정의 대체지표로 고용률을 보면 2004년 고용률은 63.6%로 당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던 이웃 일본(68.7%)과 비교하여도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었다. 이러한 고용률은 2023년 69.2%를 기록하여 20년 전과 비교하여 5.6%포인트 증가하였다. 한편, 2023년 일본의 고용률이 79.3%를 기록한 것을 보면 고용 측면에서 일본의 고용성장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았고 FTA의 고용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역 성장을 살펴보면 한·칠레 FTA 발효 직전인 2003년 기준 우리의 2.3배 규모의 무역(수출+수입)을 하던 일본은 지난해 1조5028억 달러를 기록하여 우리(1조2752억달러)가 일본의 85%에 육박(84.85%)하는 수준에 이르러 FTA의 무역성장 효과가 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중 간의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의 새로운 경제질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사태로 촉발된 중동전쟁으로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수출이 막힌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의 수요처가 되고 북한과 이란은 탄약과 드론의 공급처가 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급 일자리 확보와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하여 무역협상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