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문한 경로당도 마찬가지였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셨고, 환한 목소리로 환영해주셨다. 수업을 시작하려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소파 팔걸이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아이의 머리를 할머니가 쓰다듬는다. 아이는 7살이었고, 할머니의 손자였다. 순간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이들도 물론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춰 이루어져야 한다. 당일 교육은 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인지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었다. 장난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당부에,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수 없는 사정이 느껴져 결국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어르신들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틈틈이 아이의 모습을 관찰했다. 아이는 놀랍게도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귀를 쫑긋 세우며 호기심 깊은 눈빛으로 수업을 들었다. 때론 고개를 끄덕거리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큰 소리로 웃기도 하였다. 어지간한 젊은 학생들보다 집중해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기특했던 나머지 아이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오늘 수업 어땠어? 무섭지 않았어?”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생각했어요. 할머니한테도 잘할 거예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배시시 웃는다. 웰다잉 강사 10년 동안 최연소 학생이었다. 아이의 첫 죽음 수업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응원이 되길 바란다.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