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11. 프랑스 문화 정수 담긴 파리올림픽 메달

입력 2024-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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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ㆍ백남준포럼 대표

에펠탑 개보수 철재로 제작 ‘화제’
“메달 따면 역사의 한조각 가져가”

세계적 명품주얼리 쇼메가 디자인
프렌치 감성의 예술작품으로 승화
순위보다 순수한 스포츠정신 강조

2024 파리 올림픽이 오는 7월 개막한다. 파리 올림픽 선수위원회 위원장인 마르탱 푸르카드(Martin Fourcade)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이번 행사를 맞아 “올림픽 메달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건 역사의 한 조각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이번 올림픽 메달의 가치를 강조했다.

주최국의 정체성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올림픽 정신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메달은 디자인과 기술력의 집약체인지라 올림픽 포스터만큼이나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참여하는 선수들에겐 명예와 포상을 한꺼번에 안겨준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개한 올해의 메달은 프랑스 럭셔리 그룹인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공식 후원사로 나섰는데 그룹 산하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Chaumet)가 디자인을 맡아 화제이다.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의 금・은・동 메달.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세계적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을 맡았다. 출처 파리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의 금・은・동 메달.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세계적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을 맡았다. 출처 파리올림픽 공식홈페이지
뮌헨 때부터 메달에 개최국 특징 담아

공개된 바에 따르면 파리 에펠탑의 개보수 철거 과정에서 수집된 철 재료 91kg을 파리시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부속 철 조각을 육각형 모양으로 제련하여 메달 중앙에 배치했는데 프랑스 국토 모양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에펠탑을 연계시키는 감각적 디자인으로 프렌치감성을 녹여냈다는 평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인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도 모든 메달을 하나의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자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정한 표준 규정에 따르면 하계 올림픽의 메달은 보통 원형에 리본이나 체인이 매달려 있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메달의 지름은 60mm, 두께는 3mm 이상이어야 하고 경기 종목명이 새겨져야 한다. 또 금메달과 은메달은 순은으로 제작하고, 금메달의 경우 순금으로 도금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1920년 안트베르펜(앤트워프) 올림픽 때부터 도금 메달을 수여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규정상으론 99.9% 이상의 순은으로 만들고 도금에는 최소한 6g 이상의 순금을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은메달은 100% 순은으로 제작한다.

도안의 경우 이탈리아어로 승리를 의미하는 트리온포(Trionfo) 디자인이 들어가야 했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승리의 여신인 니케가 월계관을 들고 있는 이미지로 이탈리아 작가인 주세페 카시올라가 작업한 도안이다. 1921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주최한 메달 디자인 공모에 당선된 주세페의 도안은 장장 83년간 활용되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줄곧 선보였다.

주세페 도안의 전통을 깨고 1972년 독일(그 당시 서독) 뮌헨올림픽부터 뒷면에 개최국의 특징을 담은 디자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뒷면에 월계수를 물고 날아가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우리나를 상징하는 태극 무늬를 형상화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부터는 메달 앞면에 오륜기를 삽입하여 콜로세움과 마차 이미지로 유지되던 주세페의 표준 디자인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표현되지 않고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이 들어가 있는 표준 도안에 대한 반대급부의 의견들이 전 세계 여기저기서 표출되었고, 결국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엔 메달 앞면에 이탈리아 콜로세움 대신에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이 그려졌다. 이 도안 이미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거쳐 도쿄 올림픽까지 쓰였다.

▲에펠탑.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Ivan Vukelic)
▲에펠탑. 출처 게티이미지(사진 Ivan Vukelic)
소치 땐 우주광물로 금메달 제작

올림픽 금은동 순위별 메달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896년에 치러진 첫 올림픽대회인 그리스 아테네에선 1위를 한 선수에게 은메달과 월계수잎 관 및 상장을 수여했다. 2위 선수는 동메달과 월계관 그리고 상장을 건넸고 3위를 한 선수는 메달을 제외한 나머지만 받았다. 2회 대회인 파리올림픽에서 비로소 금·은·동 3개의 등급을 나누고 메달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나라별로 메달 제작 시 특별한 재료를 활용하여 올림픽 의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이 그중 하나인데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광물로 제작한 한정판 금메달 7개를 제작한 것이다. 2013년 2월 15일 운석이 지구 대기층과 충돌하여 공중 폭발하면서 러시아 우랄산맥 동쪽 찰랴빈스크 지역에 운석우가 떨어졌는데, 이때 채취한 운석 조각들로 금메달을 제작했다. 우리나라의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가 행운의 우주 운석 금메달리스트 7명 중 한 명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2회 대회 땐 직사각형 메달 선보여

또한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서 만든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경우 메달을 통한 친환경 올림픽 정체성을 살렸다는 호평도 많았다. 이땐 금메달 제작에 수은을 제외했고, 은메달과 동메달에는 재활용 소재를 30%씩 썼다. 메달의 리본 끈도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소재가 사용돼 친환경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사례로 손꼽힌다.

올림픽 메달의 외형을 언급할 때 이번 파리 올림픽 메달처럼 일반적으로 원형을 먼저 떠올린다. 그간 하계와 동계 올림픽 대회를 통틀어서 그 외의 모양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직사각형의 형태를 띤 1900년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 메달은, 가로 42mm, 세로 60mm 크기로 가장 특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올림픽 메달은 표창이나 기념의 의미가 커서 메달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 외에도 역대 올림픽 메달 중 크기가 제일 컸던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 메달도 개성 있는 외형으로 손꼽힌다. 가운데가 뚫려 있는 도넛 모양으로 이 메달 구멍에 목줄을 끼워 매듭을 만들어서 선수들 목에 걸어주었다.

기록과 순위, 그리고 메달 색깔로 판가름 나는 치열한 스포츠 세계에서 올림픽 메달은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대변하고 애국심을 불태우는 전 국민의 구심점 노릇을 한다. 올림픽의 상징이자 참가 선수들의 피땀의 보상물인 메달은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장치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지점이다. 우리 대한건아들을 목청 터져라 응원할 파리 올림픽에서 몇 개의 메달을 거뭐질지 벌써부터 사뭇 기대된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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