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처장, 대통령 소환 조사에 “일반론으로 동의”
5차례 구속영장 청구 모두 기각…인력도 정원보다 부족
“공수처 내부 사기 진작이 처장의 주요 과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공식 업무를 개시하면서 4개월간 이어진 수장 공백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수사력‧인력 부족 해소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어 '2기 공수처'가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 처장은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빨리 보고를 받고 업무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며 “처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니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 수사 방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가 처장 공백 해소를 계기로 그간 진척이 없었던 수사에 속도를 내며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 처장은 ‘대통령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냐’는 질문에 “아직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않아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공수처의 여러 조직이 생겨난 맥락에 맞게 성실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오 처장은 대통령 소환 조사 가능성에 대해 “일반론으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수사력‧인력 부족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장만 직접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돼 ‘5전 5패’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공수처 재직 검사도 19명으로 정원인 25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오 처장이 공수처 차장으로 누구를 내세울지도 주목된다. 오 처장이 판사 출신인 만큼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경찰 출신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은 이날 “차근차근 조급하지 않게 3년 농사로 유능한 분을 모시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심혈을 기울여서 발굴했구나’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훌륭한 분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로 임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직역을 따지는 것은 아니고 수사 역량 관점에서 훌륭한 분을 모시려고 한다”며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분을 모실 것”이라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내부 사기 진작이 오 처장의 주요 과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수처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외부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내부 직원들 사이에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처장이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일을 한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 공수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며 “부장과 검사 3명이 있으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처장이) 공수처가 지난 3년 동안 왜 비판을 받았는지, 왜 국민한테 신뢰를 못 받았는지 파악한 후 여유 있게 검사 인원을 충원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