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이른바 ‘의료 대란’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2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박 차관과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성혜영 대변인은 “정부에 의한 의료 농단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박민수 차관이 K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의협의 활동을 대한의사협회를 모독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손해배상 책임 등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 있다’라며 공갈협박과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성 대변인은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추진하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국민을 생각하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못하도록 모독하는 복지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의정 대화의 물꼬를 틀어막아버리는 대통령실 관계자와 박민수 차관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주실 것을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무자비하게 펼치는 나라에서 수련생인 전공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일을 못 하고 있는 게 그들의 잘못인가”라며 “손해배상을 청구받아야 할 대상은 전공의가 아닌 전공의 없인 병원이 돌아가지 않게 의료제도를 망친 복지부 관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료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언제든 원점에서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최근 진행 중인 수가 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의를 향해서는 병원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최안나 보험이사는 “우리는 정부가 의료개혁과 필수의료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수가부터 제대로 정하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혀왔다”라며 “물가인상률은 5%가 넘는데, 수가는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 지난해 1.6% 수준으로 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숨길 것이 없으니, 수가 협상 과정을 생중계로 국민에게 공개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고,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어서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못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의료가 망가진 것이 의사가 부족해서라며, 의사들의 잘못으로 덮어씌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 이사는 전공의들을 향해 “일단 환자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제는 의협을 믿고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정부와 원점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논의를 책임지고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매일 청취하면서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언급하고 있다”라며 “대통령님의 귀와 눈을 막고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게 한 보건복지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의협은 박 차관의 해임을 거듭 요구했다. 박 차관의 언행이 전공의들의 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최 이사는 “멀쩡히 일 잘하고 있던 전공의들을 내쫓고, 의료 농단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동영 홍보이사는 “박 차관은 의사들이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대화를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아무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라며 “반면 박 차관은 항상 1500명~2000명이라는 조건을 들고 와서 우리에게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달라고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조건이 없는 것이 의협이고, 조건이 있는 쪽이 정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박 차관은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전격시사’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복귀 전공의 대상)처분은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복귀한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의 분명한 차이를 둬야 하는 부분까지 종합 검토해서 향후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협 측의 원점 재논의 요청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증원 원점 재검토’와 같은 조건을 따지지 말고 만나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박 차관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법원 판결을 두고 임현택 의협 회장이 ‘재판장 회유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박 차관은 “의협은 의료법상 단체로, 이 단체의 대표께서 아무 말이나 언론에 해서는 안 된다”라며 “복지부 입장에서 이 발언이 적절했는지, 법 테두리 안의 공익적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