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정 간 사전조율’ 당부
黃 “당정 긴밀히 움직여야…그래야 국민이 안심”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부와 사전 조율을 해서 일치된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위원장은 21일 오후 1시 50분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있는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앞서 13일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뒤 가진 첫 전직 대통령 예방이다.
검정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황 위원장은 미리 도착해있던 성일종 사무총장, 조은희 비서실장 등 지도부와 함께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과 황 위원장의 면담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후 사저를 빠져나온 황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을) 오랜만에 만나 뵈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정부와 여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와, 당이 단합하고 또 여당인 만큼 정부와 힘을 합해서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도 정부와 사전 조율을 해서 일치된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단, 이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치 현안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 위원장은 “현안에 대해선 말씀을 아끼셨다”며, 특히 최근 정부가 해외 직접구매(직구) 관련 정책 혼선을 보인 데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큰 어른이시니 구체적인 얘기는 안 하셨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당정이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을 하고 문제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며 “아마 우리 원내대표가 확실히 하자고 그랬으니 잘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날(20일) 정부를 향해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전날 해외직구 정책 논란과 관련해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황 위원장은 2007년 당 사무총장을 지내며 대선 경선에서 갈등을 빚은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재했던 인연이 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내며 정부와 긴밀히 소통했다.
황 위원장은 “오랜만에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뵈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제가 당 원내대표를 할 때 한미 FTA와 국회선진화법 등 큰 사안을 많이 다뤘다”며 “당시 이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서 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이번 예방을 시작으로, 이번 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 인사를 할 예정이다. 다만 그는 “웬만하면 좋은 말씀을 듣고자 계획은 있는데 조율이 돼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앞서 16일에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고향 경북 포항을 찾았다. 당시 그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간다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짧은 평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