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도체 집중 육성 정책이 입시에서 점수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의학계열과 점수 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다. 입시업계에서는 비수도권 중심의 의대 증원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 주요 대학의 반도체 첨단학과 및 계약학과의 합격점수가 더욱 상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에 SK하이닉스와 새롭게 계약해 신설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평균 합격점수는 95.3점에 육박하는 첫해년도 입시결과를 기록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컴퓨터공학과 93.0점, 전자공학과 92.8점보다 높아 서강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과에 신설 첫해부터 자리를 잡았다.
물론 최상위권 합격선은 여전히 의대다. 2023학년도 정시 합격자 기준으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합격자 분포는 의대가 평균 98.1점(국수탐 백분위 평균 최종 등록자 70%컷)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기존 반도체공학과 합격선이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전년도보다 상승했고, 경쟁률 추이 등으로 볼 때도 상위권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첨단학과 등 반도체 계약학과는 의학계열과 최상위학과 양측으로 올해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올해 의대 증원이 지방으로 집중되면서 수도권 주요대학의 반도체 첨단학과의 합격점수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는 기업과 연계해 해당 기업의 취업 보장, 장학금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지원 덕에 해당 대학에서 합격선이 높게 형성될 정도로 인기 학과로 발돋움했다.
일례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등록금 전액 및 학업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범진욱 학과장은 “등록금과 월 일정액씩 학업장려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등록금은 입학생 전원에게 학업장려비는 4.3학점 만점에 2.5 이상의 성적을 만족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 기준을 만족한다”면서 “이와 별개로 성적우수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선호도에 부합하는 취업의 질 등이 높아지고, 기존 대기업과 연계되는 대학과 비슷할 정도의 취업 등의 여러 가지 정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더라도 최상위권 의학계열로 다시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범 학과장은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를 전공해 잘되는 학생 등 인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지 제도로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첨단산업이 좋은 직장을 만들어 공급하고 대학이 양질의 배움을 제공하여 맞물릴 때 자연스럽게 이공계로 사람이 몰릴 것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반도체 관련 학과에 전임교수 등 가르칠 교수가 없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범 학과장은 “서강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교수님이 충원되고 있다”면서 “현재 전임교수 2명을 모시고 있다. 올해 1명과 내년까지 1명 등을 더 모셔올 계획이다. 현재는 전자공학과 교수님들이 겸임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