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PW 서비스 32회, 전년 대비 확대
삼성 파운드리가 시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팹리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 팹리스 생태계에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팹리스 스타트업 딥엑스는 하반기 삼성 파운드리의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DX-M1’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로봇과 보안 시스템 등에 특화된 칩으로, 이르면 내년 고객사에 납품될 것으로 보인다.
딥엑스는 앞서 2022년 삼성 파운드리와 정부가 함께 국내 유망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지원하는 ‘팹리스 챌린지’에 선정된 바 있다. 이후 그해 10월 DX-M1 설계를 삼성 파운드리에 팹인(Fab-in)했다. 딥엑스는 당시 1억 원 상당의 MPW 지원금을 받았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다수의 프로젝트 칩 설계물을 올려 시제품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 개발 방식을 말한다. 팹리스 기업은 자체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파운드리에 시제품을 생산해보는 MPW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는 수만 달러에 달하는 MPW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파운드리는 국내 팹리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함께 MPW 지원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기업 3개 사를 뽑아 8인치 공정 14회, 12인치 공정 18회 등 총 32회의 MPW를 지원한다. 2022년 23회(8인치 10회, 12인치 13회), 지난해 29회(8인치 12회, 12인치 17회), 올해 32회 등 2년 연속 횟수를 늘렸다.
삼성 파운드리는 계속해서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팹리스 기업으로서는 MPW 횟수가 늘어날수록 검토 및 개선 기회도 많아져서 향후 양품으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커진다.
국내외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1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 28㎚ 로직 공정 MPW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협력 범위를 '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 공정으로 확대했다. 해당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막을 만들고 그 위에 트랜지스터를 구성하는 기술로, 트랜지스터 동작 시 발생하는 누설 전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28㎚ MPW 서비스를 총 15회 무상 제공해 600개 반도체 제작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국내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것은 업계에 상당한 강점”이라며 “가까운 곳에서 최첨단 공정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팹리스 기업에 대한 삼성 파운드리의 지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를 포함해 국내 파운드리 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원사도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군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팹리스는 특성상 실제 상품을 받아보지 않으면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크니까 최대한 정부 지원을 받게끔 하고, 작고 레거시한 공정을 쓰는 팹리스 업체들에 MPW나 마스크 비용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팹리스 산업 성장을 위해 국내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정부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파운드리 기업도 공정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기본적으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정부가 보조금을 확대하거나 일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