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늘봄학교가 시행된 지 2개월여가 지난 가운데, 초등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당초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늘봄학교의 ‘맞춤형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수입도 크게 줄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늘봄학교는 저녁 8시까지 원하는 초등학생은 누구나 교육 및 돌봄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초1은 오후 1시 정규 수업 이후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진욱 전국분과장은 “처음 교육부는 늘봄학교 시행을 통해 강사들의 선택권이 늘고 일자리도 더 생길 거라고 했지만, 늘봄학교가 너무 졸속으로 시행됐다”면서 “4월쯤부터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시작됐지만, 강사들이 학교와 계약을 마치고 수업을 시작한 건 3월이었다. 이미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수업 일정이 다 있는 상태에서 늘봄학교의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성식 정책기획국장은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다 포함된 게 사실 늘봄학교인 건데, 학교 현장에서는 이걸 다 별개의 일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 별개의 일을 추가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니 학교가 부담을 느끼고 대학교나 외부 업체에 위탁을 맡기면서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참여가 배제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의 맞춤형 프로그램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중복되면서 학생들이 분산되고, 낮게 책정된 늘봄학교 강사료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 분과장은 “방과후학교 강사료는 학생 한 명당 월 3만5000원 가량을 받는다. 10명이면 35만 원이 되는 방식”이라면서 “늘봄학교는 학생 수에 상관없이 시간 당 4만 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시간당으로 수강료를 책정하면 (이전 대비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전국 방과후학교 강사 118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74.5%(884명)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73.7%(875명)가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이 줄었거나, 강사료 체계가 바뀌어 수입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외 ‘수업시간이나 장소 변동 등 혼동 발생’(27.7%·329명), ‘방과후학교 과목 폐강 혹은 재계약 불발로 수업을 그만둠’(17.4%·207명), ‘학교 업무 담당자의 업무지시나 소통에 혼란 발생’(17.1%·203명) 등 답변이 이어졌다.
늘봄학교의 맞춤형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14.8%(176명)에 그쳤다. 맞춤형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68.4%(735명)가 ‘방과후학교 수업과 맞춤형 프로그램 시간이 겹치거나 맞지 않아서’를 들었다. 45.1%(485명)는 ‘강사료가 적어서’를, 27.3%(294명)는 ‘기존 강사들을 뽑지 않거나 알려주지 않아서’를 이유로 제시했다.
늘봄학교 강사료에 대해서는 전체 33.0%(392명)가 5만~6만 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8만 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21.2%(252명), 7만~8만 원을 제시한 강사들은 19.7%(234명)였다. 교육부가 현재 책정한 늘봄학교 강사료 단가는 시간당 4만 원이다.
서울 지역에서 13년째 방과후학교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임준형 조합원은 “현장에서도 시간당 4만 원 강사료로는 기존 수입을 도무지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늘봄 프로그램에 방과후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 개설되면서 수입이 기존 10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줄어들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