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핵심은 ‘기업 성장’

입력 2024-05-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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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올해 자본시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의제 중 하나다.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이 팔을 걷고 밸류업과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2.61% 상승했다. 코스닥은 -1.33% 하락하며 역성장했다. 반면, 뉴욕 증시에선 다우지수가 처음으로 4만 선을 돌파했고, 최근 3대 지수 모두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유럽, 캐나다, 브라질, 인도, 일본, 호주 등 세계 20대 증시 가운데 14곳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말 그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증시가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 미흡한 주주권익 보호 등이 꼽힌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성장 기업의 부재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 플랫폼기업인 알리와 테무의 역습에 위태롭고, 1년 새 자산이 6조5000억 원 넘게 증가하며 급성장한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 동남아시아로의 글로벌 확장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때 국내 증시를 이끌던 이차전지 시장은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침체) 현상에 갇혔고, 한국증시를 견인하는 반도체 시장은 그마저도 메모리 위주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규모는 약 400조 원으로 메모리반도체 200조 원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퍼스널 컴퓨터 보급 확대와 함께 성장해 오다 데이터센터, 오픈AI로 새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테슬라는 AI 투자 확대와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AI 테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엔비디아는 작년 말부터 미국 증시를 주도해오며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엔비디아·테슬라·MS와 같은 글로벌 증시 주도주도 부족하지만, 글로벌 강소기업(히든챔피언)도 부족하다.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 독일 자이스(ZEISS)는 고객사가 먼저 찾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방안의 핵심은 성장기업 출몰이다. 제아무리 주주환원이 강화되더라도 성장동력(기업)이 없는 증시는 힘을 받기 어렵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기업 성장의 방향을 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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