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범죄 발생 건수는 줄고 있지만,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되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불안감이 높았으며, 60대 이상과 2030 여성의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두드러졌다.
1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민의 범죄 두려움 현황 및 영향 요인’ 정책 리뷰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통계청이 서울의 만 20세 이상 가구원 총 3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사회조사'의 답변 내용을 재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범죄 건수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전체 범죄 건수는 2020년 29만6178건에서 2022년 27만9507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성폭력)는 9만2679건에서 9만399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시민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졌다. 사회가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1∼5점(매우 안전~매우 불안전) 척도로 측정한 결과 2020년 3.13점에서 2022년 3.17로 외려 상승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일상 범죄에 대한 두려움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범죄에 대한 두려움 정도를 1∼10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여성은 6.38점으로 남성(5.4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청년 세대보다 노인 세대에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 구간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두려움이 높게 나타났는데, 60대 이상 여성의 일상 범죄 두려움 정도가 6.5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30대 여성(6.44점) △40~50대 여성(6.22점) △60대 이상 남성(5.79점) △40~50대 남성(5.36점) △20~30대 남성(5.15점) 순이었다.
보고서는 노인의 범죄 불안감이 높은 이유로 ‘은퇴 후 사회경제적 지위 약화’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약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범죄 두려움 완화를 위한 정책 수립 시 청년 여성뿐만 아니라 60대 이상 여성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구 형태와 성별에 따른 범죄 두려움을 살펴봤을 때는 여성 1인가구의 두려움 정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가구의 일상 범죄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6.57점으로 다른 집단 대비 가장 높았다. 이를 연령대별로 다시 세분화했을 때 60대 이상 여성 1인가구의 일상 범죄 두려움은 6.96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30대 여성 비1인가구(6.47점) △60대 이상 여성 비1인가구(6.35점) △20~30대 여성 1인가구(6.32점) △40~50대 여성 1인가구(6.26점) △40~50대 여성 비1인가구(6.22점) 순이었다.
보고서는 비1인가구가 1인가구보다 일상 범죄 두려움을 높게 인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원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높았던 사람이 독립하지 않았거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주위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1인가구 여부에 상관없이 범죄 두려움이 남성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재경 연구위원은 향후 범죄 안심 정책 수립 시 “여성 1인가구를 중심으로 하기보다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정책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청년세대와 더불어 60대 이상 연령층을 겨냥한 범죄 안심 정책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며 “연령대별 맞춤형 범죄 안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